헤어질 준비를 해야 할 때면 눈물이 난다

가족 자연 장지를 준비하며

by 석담

"생사의 길은 여기에 있으매 두려워지고

나는 갑니다 하는 말도

다 못하고 가버렸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가지에 낳아 가지고

가는 것 모르누나

아아 미타찰에서 만나볼 나는

도를 닦아 기다리련다."

(양주동 해독)


신라시대 향가 월명사의 제망매가(祭亡妹歌)이다.

죽은 누이를 기리는 슬픈 이별을 시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글이다.


살면서 제일 힘든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는 순간이다. 그 상대는 연인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가족이 될 때도 있다. 언젠가 도래할 부모님과의 이별을 생각하면 항상 우울해진다. 그렇지만 피할 수도 없고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신들과의 이별이다.


문득 이 글을 시작하는 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무실에서 혼자 뜬금없이 눈물을 찔끔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서둘러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그리고 오늘은 결연한 의지로 그동안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밀린 숙제를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제일 하기 싫은 말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부모님과의 이별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래서 항상 그런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회피하고 도망갔었다. 그러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연로하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당신들과 헤어질 시간이 시시때때로 다가옴을 느낀다.

그래도 그 시간을 위한 준비를 하기보다는 외면하기 바빴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 이별의 시간은 시나브로 다가오고 나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재작년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큰 처남을 따라 팔공산 자락의 은해사(銀海寺)를 찾았다. 수목장(樹木葬)*으로 잘 알려진 사찰이었다.

소나무나 참나무를 한 그루 정해 그 아래에 화장한 유골을 모시는 방식이다. 시간이 흐르면 유골은 흙속에 녹아들어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참 이상적인 장례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장모님도 그곳 한편에 편안하게 모셔 드렸다.


오늘 아침 또 그 생각이 스멀스멀 내 머릿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수목장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없었다.

그 불경한 행동으로 혹여 부모님의 수명이 단축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달랐다.


인터넷으로 토지이음**을 검색해서 우리 밭에 수목장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검색해 보았다.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용기가 생긴 것일까?

청도군청 사회보장과에 전화를 하니 담당자가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아주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들었다.

우리 밭에 가족의 추모 공간을 만드는 일은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그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았다.

군청에 전화해 본 것은 정말 잘한 일 같다.


우선 가족 자연 장지로 이용할 밭의 일부분에 대한 토지분할 측량을 해야 한다.

가족 자연장지 신청의 경우 최대 100제곱미터

(약 30평)까지 신청 가능하니 토지를 분할하여 측량하고 현재 '전'으로 된 지목을 농지전용부서에서 '묘'로 농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가족 자연장지 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먼 훗날 가족 자연 장지가 마련되고 문득 밭에서 일하다 땀을 식히며 부모님을 추모하는 나를 상상해 본다.

서로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사람의 일이라 어느 날 홀연히 다가올 이별에도 의연한 아들이 되어야겠다.


*수목장(樹木葬)은 입지가 좋은 곳에 나무를 심어 가꾸고 그 뿌리 부분에 화장한 고인의 뼛가루를 묻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조성된 나무에는 시설물 설치가 가능하지 않으며, 고인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패를 나뭇가지에 걸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지이음 : 토지이용규제 및 도시계획정보를 잘 알 수 있도록 통합한 전자포털이다.

토지이음 사이트는 국토교통부에서 운영을 하고 있어서 따로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토지이음 사이트에 접속하면 토지이용계획, 도시계획, 규제안내서, 고시정보, 정보마당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토지이음을 사용하면 기본적으로 개별공시지가와 지역 지구 등의 지정 여부 그리고 축척 도면 등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