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헨리 폰다와 제인 폰다 주연의 영화 '황금연못(On Golden Pond)'을 인상 깊게 보았다.
영화 말미에 아버지와 딸의 갈등이 봉합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면서 한참 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다.
석양이 물든 호숫가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부녀지간인 노먼(헨리 폰다)과 첼시(제인 폰다)가 갈등을 끝내고 화해한 곳은 황금연못이었고, 실제로 부녀지간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 배우들은 영화 촬영 후 화해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직장생활과 그로 인해 느끼는 권태로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우리 부부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현대인들이 도시 탈출을 외치고 전원생활의 로망을 갖는 것도 그런 원인들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마누라에게 귀농이나 귀촌을 이야기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퇴직을 대여섯 해 남긴 시점에 이젠 확실한 선택이 필요했다. 두 딸들이 둥지를 뜨는 마당에 굳이 도시의 삶을 고집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시골에서는 절대 못 산다며 기를 쓰고 반대하던 마누라의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이제는 시골의 맑은 공기 마시며 텃밭을 일구고 살고 싶다 한다. 아마도 올해 봄부터 시작했던 텃밭 가꾸기가 그녀에게 영감이라도 준 것인가?
여느 부부들과 마찬 가지로 우리 부부도 심심찮게 싸운다.
물론 죽자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잊을 만하면 싸우곤 한다.
그건 우리가 부부라는 걸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반목과 무관심의 골이 깊어만 갔다.
이제는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무렵 우리는 텃밭을 마련했다.
매주 주말마다 밭에서 땀 흘리며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관심사는 농작물과 농사로 옮겨 갔다. 그리고 밭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야채와 상추쌈을 먹으며 농촌 예찬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웃으며 행복감에 젖었다.
이제 우리는 조금 더 나아가려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거금(?)을 들여 농막을 짓고 있다.
아내는 하루빨리 농막이 완성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주말마다 농막에서 땀 흘리며 농사를 짓고 글 쓰는 행복한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