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부와 농막, 그리고 힐링

by 석담

작년 9월이었다.

1년 동안 발바닥에 땀나도록 돌아다니며 애타게 갈구하던 우리 부부의 텃밭 찾아 삼만리에 종지부를 찍은 곳은 청도 반시가 빨갛게 익어 가던 그 밭에서였다.

장차 우리 부부의 은퇴 이후의 대부분의 삶을 함께 할 우리네 삶의 터전이 될 미래의 밭이 묵묵히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갓 준공한 우리 농막에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도시 농부나 '5도 2촌'을 꿈꾸는 많은 주말 농부들을 위해 비대면 시대에 필요한 정보가 될까 생각해 그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땅은 발품 파는 만큼 보답한다

텃밭을 구하는 일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지역에 있는 땅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녔다.

좋은 땅을 구하기 위해서는 두서너 군데의 부동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세 곳의 현지 부동산 담당자들을 통해 수시로 매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부동산 블로그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토지 거래는 한 번에 성사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어서 지주에게 연락하면 팔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엄청 괜찮은 밭을 계약하려고 주말까지 기다려 연락하면 이미 팔렸다는 소식에 허탈해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우리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맘에 들었던 우리 밭은

지목이 전(田)으로 용도 지역은 자연 녹지였다. 자연 녹지는 건폐율이 20퍼센트로 80평 정도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동네 옆에 위치한 접근성 좋은 밭이었다.


-땅이 싼 데는 이유가 있다

밭 뒤로 길이 있었지만 현황도로로 불리는 농로였다.

그렇다. 그 밭은 소위 맹지라고 불리는 도로가 없는 땅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밭 한쪽에 구거(하천)가 있었다.

그래서 하천 점용허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집을 짓게 되면 하천 점용허가를 통해 밭으로 통하는 다리도 만들 수 있는 반전이 있었다.


-농취증, 농지원부와 농업경영체 등록

밭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농업인이라는 농지취득 자격증명이 필요했다. 그리고 300평 이상의 논밭을 매수하게 되면 농지원부라는 걸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농지 원부의 등록은 논이나 밭에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고 마을 이장이 확인을 해 주어야 했다. 올해 5월 밭에서 감자, 콩, 땅콩, 고추가 무럭무럭 자랄 즈음에 농지원부를 신청하여 동네 이장님의 확인을 거쳐 경작확인서에 도장을 받았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농업 경영체 등록을 해야 했는데 나는 농지원부만 받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면 퇴비나 비료, 농약 구매 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면세유도 신청이 가능했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해서는 역시 식재 확인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밭에는 며칠 전에 배추를 수확한 후로 아무것도 없다. 눈물을 머금고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한다.


-농막을 짓다

올 한 해 주말 농부가 되어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

어머니도 먼 부산에서 매주 우리 밭을 찾아 도와주셨다.

쉴 곳이라 해봐야 플라스틱 팔레트 깔고 파라솔이 고작이었다. 화장실이 없어서 차 타고 5분 거리의 화양읍사무소까지 가야 했다.

어머니의 '윤허'로 농막을 짓기로 결정했다.


-가설물 축조신고서

농막을 짓기 위해서는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서라는 것을 밭이 소재한 읍사무소에 제출하고 농막을 지어도 좋다는 가설물 축조신고필증이라는 것을 받아야 했다.

정화조를 설치할 경우에도 신고를 하여야 한다.


농막을 짓기로 결정하자 마음이 바빠졌다. 농막 제작업체 두 곳의 견적을 받았다. 우리 밭은 농로 폭이 좁아 제작된 농막을 싣고 와서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현장 제작하기로 했다.

견적을 받은 두 업체 중 밭이 있는 지역의 현지 업체로 낙찰을 보고 11월 초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90퍼센트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농막은 우리 가족의 텃밭 농사를 위한 휴식 공간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브런치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글쓰기 공간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농막에서 농사도 짓고 독서도 하고 글도 써 볼 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농막에서 케이크에 불 밝히고자 딸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