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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Mar 03. 2024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을 거닐다

홍콩 3박 4일 자유여행기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에 편하게 연차 한번 써 본 적 없었다. 항상 쉬려면 사업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작년부터는 연차 수당도 반강제적으로 없어져 버렸다.

심지어 사업주는 부장급 이상은 연차를 헌납하는 게 당연하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렇다고 가족이나 아내를 위한 소중한 시간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작년 4월, 결혼기념일 즈음에는 아내와 단둘이 대만여행을 다녀왔다. 그때도 주말을 이용해서 연차를 하루내고 노동절을 끼워 다녀왔다.

올해는 그런 기회를 찾던 중에 삼일절이 연휴였다.

독립운동을 하신 조상님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그 미안함은 비행기에 타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29일에는 일찌감치 연차를 냈다. 27일에 회사에 신규 거래처 감사(Audit)가 있어서 준비하느라 한 달 내내 긴장하고 지냈는데 마침 감사결과가 좋아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저녁 8시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시차가 홍콩이 시간이 늦은 관계로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하여짐 찾고 공항열차로 갈아타니 거의 자정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나는 홍콩과 인연이 깊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 회사 업무상  홍콩에 출장을 서너 번은 온 듯하다. 그리고 애들이 어릴 때 디즈니랜드를 보여주고 싶어 온 가족이 패키징 여행을 온 적이 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나는 홍콩 정도야 는 심정으로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으로 설계했다.

코로나가 끝난 지 오래되지 않아 작년 여름엔 부산에서 출발하는 홍콩 가는 비행기가 아쉽게도 없었다.


두장의 왕복 비행기 티켓  중 하나는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구했고 호텔도 조식이 포함된 가성비 좋은 호텔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출발 전에 공항철도쿠폰이며 교통카드를 미리 마련해 두었다.


이번 3박 4일의 여행동안 두 번의 어려움이 있었다.

공항 열차를 타고 구룡역에 도착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구룡역은 Elements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역을 빠져나온 우리 부부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 백화점 안에서 갈길을 잃었다.

 원래 대로라면 그곳에서 우버를 불러 타고 묵을 호텔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호텔 밖의 지하로 나가니 몇 대의 택시와 행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우버를 호출하니 쉽게 잡혔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우버기사는 우리가 위치한 곳으로 찾아오지 못했다. 메시지를 보내 몇 번이나 설명을 해도 기사는 쇼핑몰 주변만 맴돌 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지 못했다.


첫 번째 우버 기사는 답답했는지 머뭇거리다 콜을 취소했다. 우리는 쇼핑몰 외부로 나와 은행이라고 쓰인 건물 앞에서 또 우버를 호출했다.


두 번째 우버 기사도 20분 넘게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려고 애쓰다 포기하고 취소해 달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버 콜 취소 수수료가 5천 원이나 나왔다. 나는 허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곳은 거대한 쇼핑몰을 포함한 상업지역인데 택시는 쉴 새 없이 들락거렸지만 우버기사는 그곳을 찾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걸어서 쇼핑몰과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벗어나 세 번째 우버를 불렀다. 마침내 우리는 숙소에 체크인할 수 있었고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여행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번 여행에는 쇼핑을 위한 백화점 탐방에 하루를 할애하고 나머지 하루는 란타우 섬을 여행하는 액티비티에 주력하기로 했다.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 마카오 여행은 미련 없이 제외했다.

그리고 맛집 탐방 또한 중요한 여행의 목적이었다.

 

늦은 호텔 도착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정상적으로 기상해서 야무지게 호텔 조식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가 센트럴역 근처의 IFC몰을 둘러보고 지하철(MTR)을 타고 침사추이로 돌아와서 Harbour  City 쇼핑몰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페리를 타고 센트럴역으로 건너가서 택시를 타고 퍼시픽 플레이스라는 쇼핑몰까지 둘러보았다. 그날 하루에 우리 부부가 걸은 거리는 거의 3만보에 육박했다.


퍼시픽 플레이스 쇼핑몰을 둘러보고 저녁식사를 위해 센트럴역 근처에 미리 예약해 둔 미슐랭 원스타 맛집이라는 로스트 구스 전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결국 그 저녁식사는 나만을 위한 만찬이었다.


나는 로스트 구스와 생선 튀김을 시켜 맥주를 마셨는데 아내는 모든 메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기름지고 비린 고기와 생선을 싫어하는 입맛 까다로운 아내는 해외여행에서 항상 먹지 못해 고생이다.

홍콩에서의 셋째 날이다.

마지막날은 아침 식사 후 바로 체크아웃하고 공항에 가야 해서 실질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뿐이다.

란타우섬 액티비티가 있는 날이다. 그런데 날씨가 홍콩 답지 않게 춥다. 아내는  출발할 때부터 춥다며 구시렁 거린다. 오늘 모이는 장소는 홍콩역의 E게이트라고 되어있다.


집합 시간이 9시 45분이라 우리 부부는 아침 8시쯤 지하철을 타고 여유 있게 홍콩역에 도착했다.

홍콩 여행의 두 번째 난관이 닥쳐올 것은 꿈에도 모르고 희희낙락 구글맵을 켜고 모이는 장소로 향했다.


나의 중대한 착각이 큰 난관의 단초가 되었다.

나는 게이트라는 영어 표현이 지하철 입구라고는 전혀 생각을 않고 홍콩역의  E출구 근처를 빙빙 돌며 모이기로 한 수제쿠키가게를 찾기만 했다.

E출구 근처  어디에서도 모이기로 한 가게를 찾지 못한 채 40분 가까 시간을 소모했다.

는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다.


그때 아내가 고속전철역사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더듬더듬 그 장소를 물었더니 귀찮은 듯이 옆에 있는 다른 여직원에게 또 묻는다.

마침내 반전이 일어났다.

그 다른 여직원은 그 수제쿠키 가게가 아래로 한층 내려가면 있을 거라는 놀라운 정보를 주었다.

우리 부부는 정신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영국인 부부와 독일인 여성, 그리고 싱가포르인 가족이 액티비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액티비티를  진행하는 가이드는 내게 연락처를 물으며 다가왔다.

나는 긴장이 풀리면서 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어촌마을, 빅 부다와 포린사 방문을 마치고 옹핑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했다.

그날 저녁은 아내를 위해 삼겹살과 된장찌개에 소주를 곁들인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백미인 홍콩의 야경을 보러 갔다.

미리 예약해 둔 아쿠아 홍콩이라는 루프탑 카페에서 와인과 칵테일을 마시며 일 년 365일 저녁 8시에 시작되는 레이저 조명  쇼와 야경을 감상했다.

그렇게 홍콩의 마지막 밤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작년의 대만여행 때도  그랬지만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아슬아슬하고 치열했다.

자유여행은 편안하고 수월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게 자유여행의 멋과 재미가 아닐까?

다음에는 또 어떤 멋지고 스릴 넘치는 여행을 만날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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