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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떠나는 딸에게

by 석담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둘째 딸이었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엄마, 아빠는 너의 환한 미소와 재롱을 보며 삶의 고단함을 잊고 살았다.

넌 어느새 아빠만큼 훌쩍 자라 여섯 달 동안 프랑스 리옹으로 어학연수를 간다 했다.


지난 주말에는 너의 자취방을 찾았다.

한방 가득한 이삿짐을 차곡차곡 차에 싣고 내려오면서 아빠는 졸린 눈을 부릅떠야 했단다.

겁 많고 소심한 네가 생면부지의 이국땅에서 6개월이나 살아야 된다니 아빠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넌 아빠, 엄마를 닮아 용감하고 씩씩하게 잘 헤쳐 나갈 거라고 믿는다.


대학에 들어가서 착실하게 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널 보면서 아빠의 부족했던 미완의 대학생활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음을 솔직히 고백할게.

밴드 동아리, 스포츠 매거진 기자, 테니스 동아리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너의

할 바를 끝까지 해내는 것을 보고 놀랍고 뿌듯했다.

프랑스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착실히 알바로 모은 너의 유럽 여행 경비가 500만 원이나 된다는 이야기에 아빠는 또 놀랐다.

너의 철두철미한 준비성과 알뜰함에 아빠는 큰 박수를 보낸다.


아빠도 직장 생활하면서 미국, 캐나다, 인도, 튀르키에, 이집트, 바레인, 두바이,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에 출장을 다녔지만 아쉽게도 동유럽이나 서유럽의 국가에는 가 볼 기회가 없었단다.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틈틈이 네가 여행하고 싶어 했던 스페인,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스위스,

영국, 체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아이슬란드, 그리고 포르투갈을 꼭 여행해 보아라.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한 번도 바다 건너 외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있고 가고 싶어도 여건이 안돼 못 가는 사람도 있단다.

아빠의 경험으로는 해외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네 또래의 외국인들과 많이 대화하고 그들의 사는 모습과 문화도 체험해 보며 너의 미래를 설계해 보렴.


여섯 달 동안 이국땅에서 생활하려면 튼튼한 체력과 영양 있는 식사가 필수라는 걸 항상 명심해라.

안전하고 즐거운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세계 어디에 있던지 항상 너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한다 나의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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