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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May 25. 2022

육아를 위해 필요한 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키즈카페 부럽지 않던 우리 집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결혼을 준비할 때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선택지 속에서 방황했고, 출산을 준비할 때도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도 선택해야 할 것은 쏟아졌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정해진 것도 없고, 정답지는 없지만 서로 자기 답안이 모범 답안이라고 주장했다. 육아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육아 정보를 구할 방법이 쉽고 넓지만, 그 속에서 나와 나의 아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고 좁다. 


  그래서 엄마는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답답하다. 혹여나 아기에게 필요하거나 도움 되는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지, 내가 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10개월의 임신 기간과 26개월의 육아 기간을 지나오는 동안, 나름대로 ‘엄마의 소신’도 쌓이는 중이지만 그래도 결정의 순간은 매번 망설임과 걱정이 먼저 앞선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일명 국민템이라 하는 ‘타이니 모빌’, ‘아기 체육관’, ‘역류방지쿠션’, ‘분유 포트’, ‘젖병소독기’, ‘아기 침대’, ‘기저귀 수납함’ 등 각종 물품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기는 아직 세상에 없지만, 짐은 끝없이 늘어났다. 정말 아기에게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된 고민도 하지 않은 채로 남들이 다 사는 것 같아서, 육아하려면 무조건 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내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육아를 준비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초점책’, ‘보드북’, ‘딸랑이’, ‘쪽쪽이’, ‘치발기’, ‘놀이매트’ 등 책과 장난감, 육아용품이 늘어갔다. 그 속도는 아기가 커가는 속도보다 엄마 마음이 조급한 속도를 따르느라 정작 아기는 별다른 반응이 없거나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다른 사람의 육아를 그만 살펴보라며 ‘우리의 아기, 우리의 육아’에 집중하자고 했다.


  아기가 태어날 즈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아기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외출하는 일도 적었다. 그렇게 정말 ‘우리의 육아’만 하게 됐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아기와 보내는 하루도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꾸 소비로 나의 힘듦을 위로받고 싶었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더 갖고 놀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난감을 사고, 책을 샀다.



  누워만 있던 아기가 뒤집고, 앉고, 기고, 서고, 걷기 시작하면서 나의 소비는 점점 확장되어갔다. 아기는 한 명인데 아기가 앉을 수 있는 것은 아기 소파, 캠핑 의자, 바운서 등 몇 가지나 되었다. 게다가 실내에서 탈 수 있는 장난감도 흔들말, 붕붕카, 스프링카까지 3가지나 있었다. 트램펄린, 볼풀장, 동물병풍, 아기 텐트, 공구놀이, 주방놀이 등 부피가 큰 장난감은 얼마나 많은지. 놀러 오는 사람마다 발 디딜 곳 없는 우리 집을 보며 깜짝 놀랐다. 애 하나가 아니라 둘셋은 더 키워도 되겠다며. 하지만 나는 자꾸만 뭔가를 사고 싶었고, 출국하기 전까지도 사고팔고를 반복했다.


 

 미국에 올 때, 아기의 책과 장난감은 비행기에서 갖고 놀 정도로 최소한만 챙겨 왔다.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아쉬웠지만, 막상 와서 조금씩 적응하는 동안 아기는 생각보다 잘 놀았다. 책이나 장난감이 필요할 때는 도서관에 가면 됐고, 아기가 심심해할 때는 산책을 했다. 문만 열고 나가면 펼쳐진 잔디밭, 칠면조, 놀이터 등 아기가 좋아하는 풍경으로 가득했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도 동물원, 식물원이 있었고, 각종 체험이 가능한 칠드런스 뮤지엄도 있었다.



  덕분에 나의 소비 욕구는 많이 가라앉았다.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전집을 하나 샀고,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주방놀이 겸 인형의 집, 아기 텐트를 샀지만. 아마 또 뭔가를 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육아에 필요한 건 나를 위한 것인지 아기를 위한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육아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필요한지는 모르지만, 그 기준이 ‘우리’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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