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시대가 언제쯤 다시 올까?'라는 고민을 자주 했었다. 물론 밴드음악이 아예 죽은 것은 아니다만 사실 밴드를 중심으로 한 TV프로그램이 없지는 않았다. KBS에서 방영했던 <Top 밴드>는 너무 오래전에 방영했고 M.net에서 방영했던 <밴드의 시대>는 모 밴드의 멤버가 모종의 사건을 일으키는 바람에 흑역사로 남고 말았다. 같은 방송사에서 만든 비교적 최근에 방영한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은 너무 젊은 층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나의 생각. ('슈퍼밴드'는 언급도 하지 마시라 그건 내 취향도 아니었다.)
힙합을 필두로 했던 <Show me the money>는 시즌을 무려 11까지 늘리면서 한국 힙합시장에 많은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고 힙합을 즐겨 듣지 않는 나도 흥얼거리는 명곡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방송이었다면 제일 보기 싫었던 장르의 방송은 단연 '트로트'. 보기 싫은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극강의 올드스쿨(?)을 추종하는 사람이기에 세미 트로트 장르 자체를 극도로 혐오한다. 그래서 어지간히 명곡이 아닌 이상은 쳐다볼 일이 없었으며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박현빈이 '아주 그냥 죽여줘요~♪'하는 순간 한국 트로트는 죽었다."라는 나의 주장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렇다면 '밴드음악'의 새로운 바람은? 최근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비슷한 시기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없었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나마 눈에 띈 비판은 '라인업' 문제... 그리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쪽에 사람이 더 많았다! 반성하라 여성가족부!) 역시 여름에 어울리는 축제다운 것은 밴드의 진한 향연이 아닐까?
그리고 MBN에서 새롭게 선보인 음악 프로그램은 바로 <불꽃밴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 사실 나는 큰 우려가 되는 부분이 방송 전부터 갑작스레 들었다. 부활은 아는데 다섯손가락, 이치현과 벗님들, 사랑과 평화 등을 아는 나의 또래가 과연 있을까? 근데 이것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얼마 전에 본 예능에서 예능의 신 '이경규'가 MBC <놀면 뭐하니?>에 강림하사 시청률을 두고 주옥같은 명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시청률 부진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예능의 신. 사실 방송국에서 그를 제대로 모셔야 할 판국이다. 롱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래! 괜히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불꽃밴드>는 주 시청자의 연령을 제대로 공략한 셈이다. 그래서 방송을 보면서 당시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층은 50~70대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전이 제대로 먹히길 나는 젊은 시청자로서 지켜봐야겠다.
물론 밴드음악을 아주 사랑하는 나로서는 <불꽃밴드>는 매우 반가운 방송임에는 틀림없지만 모든 것을 긍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비판적인 부분도 있다. 그것은 나오는 팀을 소개하면서 하나씩 꼬집어 보고자 한다.
(오로지 저의 의견일 뿐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 제목을 누르면 원곡으로 연결됩니다.)
지금의 30대들은 이 곡이 낯설지 않다. 바로 이 곡을 '동방신기'가 5인조 시절에 리메이크하여 대중들에게 상당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년멤버 임형순, 이두헌, 최태완에 영혼의 베이스 이태윤(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송골매의 베이시스트) 그리고 前 김종서밴드의 드러머 장혁까지 합세하여 5인조가 되었다.
이들이 서로 흩어진 지 꽤나 오랜 시간이 되었고 간간히 이벤트 성으로 모여서 공연도 하였다 한들 아쉬운 부분은 역시 이 부분. 잊혀질 법한 밴드가 다시 나와서 지속적으로 멋진 무대를 얼마나 더 꾸며줄까에 대한 의문이 약간 남는다. 이 곡은 사실상 이들의 필살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진하게 남는다. 다음 회차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남는 밴드.
그래도 영혼의 베이스 이태윤의 베이스라인을 다시 TV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다. 물론 이 분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얼마 전 재결성 공연을 성공적으로 한 송골매의 베이시스트이기 때문에 과연 다섯손가락에도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천둥호랑이 창법으로 유명한 권인하가 밴드를?' 하며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원곡은 발라드가 아니던가? 원곡과는 차별되는 편곡으로 조금 더 젊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을 들고 나왔다. 함께 결성한 밴드 멤버들도 상당히 젊은것도 한 몫한다.(이 밴드의 평균연령이 35.8세라고 하는데 상당히 젊은 편이다.) 게다가 영상에 나오는 인물은 5명인데 이 팀에는 편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2명이 더 있어서 7명인 셈. 방송에도 나왔지만 누군가가 "실용음악과인데?"라고 말하는 게 방송을 탔고 부활의 보컬 박완규는 "편곡자를 밴드에 데리고 나오시는 분은 처음 봤어."라고 인터뷰를 통해 대놓고 말한다. (박완규와 권인하의 풀지 못한 앙금도 방송중에 나오는데 기대해볼 만 하다.)
사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밴드라는 느낌이 제일 약했던 팀이다. 그저 가수 권인하를 돋보이게 만드는 팀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세게 남아서 지워지지 않는달까? 아무튼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겠지만 오래된 국내 밴드들이 많음에도 굳이 이 권인하라는 가수를 밴드화 시켜 섭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팀의 첫인상은 오랜 역사에 걸맞게 내공도 탄탄할 것이라는 느낌! 적중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집시 여인>이 나오길 원했지만 이 방송을 통해 언젠가 나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이 또 있다면 아주 오래전에 KBS <남자의 자격>에서 키보드 연주자로 잠깐 섭외된 키보디스트 천상용 님이 눈에 띈다.
이치현과 벗님들은 탄탄한 연주력은 말할 것도 없고 밴드의 리더 이치현의 중심이 정말 안정적이다. 키보디스트가 두 명이고 드럼도 있고 퍼커션도 있고 기타도 두 명이지만 전부 각각의 소리를 조화롭게 이루는 방법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 냈다. (베이스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아마도 첫 방송이라 <집시 여인>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부터 필살기를 쓸 수는 없을 테니까. 이 팀을 추억하는 시청자들에게 큰 기대를 불러 모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들국화는 재결성하여 발표한 4집 발표를 코앞에 두고 원년멤버 주찬권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다시 해체하고 말았다. 그리고 들국화가 다시 모이면서 함께한 기타리스트 정현철이 그대로 전인권 밴드로 합세하였고 서울전자음악단, 시나위 등을 거친 베이시스트 김정욱, 역시 서울전자음악단 뿐만 아니라 마시따밴드 등을 거친 신중현 선생님의 막내아들 신석철이 이 팀에 속해있다.
들국화 시절 남긴 히트곡 <행진>을 원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운드로 시청자들 앞에 섰으며 특히 전인권의 목소리는 여전히 건재함을 이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다음 경연이 공개될 때 혹은 이후의 경연에서의 전인권의 컨디션이다.
보통 보컬리스트가 악기를 잡고 노래를 하면 꽤나 멋져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전인권은 딱 앉아서 두 손을 까딱거리며 지르는 모습이 제일 멋있는 것 같다. 물론 다음 무대를 봐야 알겠지만... 들국화에서의 전인권이냐 아니면 전인권밴드의 새로운 모습이냐를 두고 옥신각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들 어찌하며 저러들 어찌할까 보컬은 곧 전인권이다.
밴드 생활만 55년을 한 '젊은 오빠' 이철호는 이 방송에서 가장 최연장자(72세)다. 하지만 오래된 느낌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화면에서도 느껴진다. 이전에 '사랑과 평화' 팀 이름을 두고 원년 멤버들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어찌 잘 봉합한 듯하다. 탄탄한 연주력은 기본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멤버들로 꾸려져 연주를 한지도 시간이 꽤 되었다는 것이다.
도입부부터 기를 죽인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특히 보컬이자 퍼커션인 이철호의 리듬감은 진정으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장미>가 흘러나오자마자 이치현과 벗님들 멤버들의 탄식은 꽤나 인상적이다. 한국식 Funk는 사랑과 평화가 원조이기 때문이니까!
무엇보다도 경연을 공연처럼 하는 팀 같아 보였다. 하긴... 이 곡을 얼마나 많이 연주하고 불렀겠는가! 다음 무대가 기대되는 팀! 더 말할 것도 없다.
부활의 초대보컬, 시나위 그리고 솔로 가수로서 한국 대중음악에 획을 그은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김종서는 원래 밴드 음악을 오랜 시간 해왔던 사람이라 권인하 밴드에 비해 거부감이 없었다. 익숙한 얼굴이 있다면 기타리스트이자 영화배우인 노경환! 이 분은 2022년 8월부터 합류하여 함께 밴드를 하고 있고 기존에 활동하였던 드러머 장혁이 모종의 이유(?)로 다섯손가락 측으로 가는 바람에 김범철이 합류하였다. 방송에서는 신구 드러머의 신경전을 띄우긴 했다만 사실 두 사람 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히트곡 <아름다운 구속>을 마치 반 헤일런의 <Jump>를 연상하는 듯한 신시사이저의 소리는 인상 깊다. 근데 이 곡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기타 도입부는 어떻게 하려나 했더니 타이밍 계산을 적절히 하여 들어간 것은 단연 압권. '이렇게도 편곡이 가능한단다.'라는 것을 밴드가 몸소 보여준 셈.
히트곡으로 치면 김종서가 밴드를 통해 보여줄 것이 꽤나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의 티켓파워도 여전히 살아있으며 다른 밴드와의 교류도 활발한 편이라서 갈등요소(사실 이게 서바이벌의 핵심)가 많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것은 향후의 모습을 지켜봐야겠다.
부활은 '기타 치는 김태원'이 있기에 그들의 색깔이 확실해진다. 그 색깔은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지만 느낌은 정말 확 와닿는다. 박완규가 다시 보컬로 합류하였고 그가 부활로 데뷔하였을 때 음반의 제목이 <불의 발견>이었다. 원시인이 처음으로 불을 발견하였을 때의 놀라움과 희열의 느낌이 김태원이 박완규를 발견하였을 때의 느낌과 같다는 의미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부활에 합류하여 다시 불은 더욱 활활 타오르는 느낌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다른 밴드의 기타리스트에 비해 김태원의 기타는 생각보다 음이탈이 생각보다 잦은 편이다. 다음 경연에서는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이 되는 부분.
그리고 다른 팀들이 기선제압(?)을 위해 여러 방향으로 편곡을 시도한 것에 반해 부활은 늘 한결같은 모습을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경연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다른 편곡 방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물론 부활의 곡이 아닌 다른 곡을 하게 된다면 충분히 기대가 가능한 부분이다.)
반대로 박완규가 부활을 통해 발표한 곡들이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이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 'Lonely night' 말고도... 바람이 있다면 '믿음', '마술사' 같은 곡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