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래 싶으면 종교를 살펴보자
예전에 내가 철학의 필요를 못 느꼈듯, 아마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은 이제 막 사회에 나와 이해가 어려운 허례허식들에 혀를 내눌렀을 것이다. 유교의 나라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기에는 도덕책에 쓰인 고작 몇 줄의 글이 너무도 부족했다. 스스로 관련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학교에서는 종교에 대한 교육을 깊이 있게 하지 않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같은 실용학 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게다가 나처럼 이과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은 배울 기회가 현저히 적다.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나는 유교문화에 부정적이었다. 우리 집안은 무교임에도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는 차례를 지냈는데 새벽부터 눈비비고 일어나 우스꽝스럽게 주섬주섬 양말을 챙겨 신어 상차림을 돕는다던지 하는 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무릎 아프게 절하는 것도 술 따르고 술잔 돌리는 거도 관례이니 눈치껏 할 수 있다. 그런데 잘 먹지도 않는 약과나 과일 같은 음식을 구색 맞춘답시고 비싸게 사서 썩기 전에 부랴부랴 먹어 치운다던지 하는 건 아직도 매번 짜증이 나는 일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달한 유교는 귀신의 존재를 믿고, 제사를 지낸다. 죽음을 혼과 백의 분리로 보기 때문이다. 혼은 그 무게가 가벼워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무거워 땅에 묻히는데 이를 무덤이라 한다. 어린 시절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산에 올라가 돔 모양의 산소에 술을 뿌리고 했던 거도 다 유교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리운 이를 언제든 혼의 형태로 모실 수 있고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마냥 영 별로다 싶은 거도 아닌 게 배울 점이 많다. 특히 대표적인 유교 경전인 사서오경 중 공자의 논어는 삶에 태도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꼰대 말씀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존경할만한 어른의 태도를 제시하는 느낌이다. 그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부터 지배해야 했다.’며 스스로 먼저 인을 구성하는 자질(공경, 관용, 신의, 근면, 은덕)을 갖추는 것이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군자는 자신이 처한 처지와 분수에 따라 처신하고 행동할 뿐 그 이외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사회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어진 역할을 넘어서기보다 완수해내는 데 덕성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이로부터 겸손한 삶의 태도와 절제의 미덕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