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발 밥 좀 편하게 먹고 싶다..”
오늘은 그냥 솔직하게, 덤덤하게 네게 말을 걸어보려고 해. 요즘 너랑 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얘기해보고 싶었어.
지난 금요일, 평소처럼 밥을 챙겨 먹었어.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너도 알다시피 나는 소화가 느린 편이라 항상 신경 써서 먹으려고 하잖아. 급하게 먹으면 너한테 더 부담이 갈까 봐,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조심히 먹었어. 식사 후에도 바로 눕지 않으려고 일부러 설거지하고 집안일도 했지. 네가 소화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주고 싶어서 그랬어.
그런데도 또 체했더라. 주말 내내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고, 숨쉬기도 불편했어. 뭔가가 턱 막혀 있는 듯한 느낌, 알지? 먹은 음식이 위에서 꼼짝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상태로 이틀을 보내다 보니 진짜 지치더라. 평소에도 소화가 느린 편이라 힘들긴 했지만, 이번엔 유독 오래가서 더 괴로웠어.
알다시피, 나는 먹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느끼는 그 즐거움이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 근데 요즘은 그 즐거움보다 걱정이 먼저야. 밥 한 끼 먹을 때마다 "이번엔 괜찮을까?", "또 체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먼저 드니까.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온전히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
그리고 식사 후에 몰려오는 그 졸음, 그것도 참 이상해. 분명 식사 후에 바로 눕지 않으려고 일부러 움직였는데도 어느 순간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결국엔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버려. 그럼 너한테 더 안 좋다는 거 알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들어. 그렇게 눕고 나면, 너는 또 소화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고.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느낌이야.
나는 정말 너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네가 덜 힘들게 하려고 신경 쓰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자꾸 어긋나는 걸까? 나 혼자만 애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물론, 너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요즘 뭔가 지쳐 있거나,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고.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계속되니까 조금 힘들어.
그냥, 밥 한 끼 편하게 먹고 싶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야.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고,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조금만 더 도와줬으면 해. 나도 계속 노력할 테니까.
우리 예전처럼 잘 지내보자. 소화가 잘 되고, 밥 먹는 게 즐겁던 그때처럼. 그렇게만 돼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