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온다”
길고 긴 겨울 동안 나의 곁을 지켜준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한파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너를 찾았고,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지. 덕분에 올겨울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어.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고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내게 너는 그야말로 든든한 방패와도 같았단다.
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변하고, 이제 봄이 다가오고 있어. 따뜻한 햇살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거리에는 코트와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 사실 아직 너를 보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어제 퇴근길에 세탁소에서 패딩 세탁 비용을 20% 할인해 준다는 소식을 들었어. 한동안 나를 위해 애써준 너에게도 깨끗하고 상쾌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단다.
조금만 이해해 주길 바라. 나는 너를 소홀히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겨울에도 더욱 포근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으려는 거야.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뒤, 옷장 깊숙한 곳에 조심스럽게 보관해 줄게.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쓸 테니 안심하렴.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나의 따뜻한 친구. 올겨울 너 덕분에 따뜻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 이제 잠시 이별이지만, 긴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면 우리는 다시 만나겠지. 그때까지 잘 지내고, 편히 쉬도록 해.
곧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