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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15. 2024

혼자가 혼자에게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이병률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나와 다르게 혼자 사는 분이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혼자 살았다면 어땟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남편은 내가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가족 때문에 못하는 것을 볼때면 한 번씩 미안해했다. 안그래도 될 것이 남편은 나보다 더 많이 양보하면서 살았다. 어쩌면 내 남편의 인생은 가정과 일터 밖에 없는줄도 모르겠다.


나는 쉬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움 없이 읽어지는 문체, 따라하고 싶어지는 문체를 발견했다. 어려움 없이 읽혀서 좋았다. 책을 덮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그래도 나는 가족과 같이 보내며 혼자인 시간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가족이 없었다면 내가 알고 지내는 감정들을 알지 못했을 테니까. 너무 많은 것에 도전하지 않고, 꼭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내게는 물리적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도 물론 나의 태도이겠지만 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와닿은 문장 3가지

1. 이상희 시인의 <가벼운 금언> 시 일부


하루에 세 번 크게 숨을 쉴 것,

맑은 강과 큰 산이 있다는 곳을 향해

머리를 둘 것,

좋은 결심을 떠올려볼 것,

시간의 묵직한 테가 이마에 얹힐 때까지

해질 때까지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해둘 것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루 세 번 숨을 크게 쉬고, 좋은 결심을 떠올리며, 매일 한 번 최후를 생각하고 있는가


(미옥 생각)

나의 당골 질문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책이나 유튜브에 이 질문을 자주 검색해보고 찾는다. 나는 죽음을 자주 떠올리는 편이다. 예설이 치료 영향도 있는 듯하다. 병원을 자주 가니까. 예설이 병원, 내 병원까지 합하면 한달에 몇변은 병원에 다닌다. 내 최후는 언제일까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한 번쯤은 하루를 보내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2. 너는 일을 하는 동안 많은 것을 제외시켰다.

감정의 부스러기들까지 모두 치웠다.

먹는 것도 잊었고, 자는 것도 몰랐다.


거기까진 좋았다. 너는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고 사랑해본 적도 없었으며 자기를 제대로 꾸민 적도 없으며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한 적 조차 없었다. 많은 것을 생략했다.


(미옥 생각)

목표는 좋은 것일까. 그 목표에 집중하면 나의 경우는 가족에게 소호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나는 잘하고 싶었고, 끝을 보고 싶었다. 열정 과다였던 나. 중간이 없었던 나였다.

그 끝을 볼 때까지 옆도 돌아보지 않던 나. 벌 받은걸까. 나는 내 건강과 예설이 건강에 붉은 신호가 들어와서는 모든 것을 멈추었다. 차로 치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 놓고 있는데 선뜻 악셀을 밟기가 쉽지가 않다. 악셀을 밟더라도 계속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 나도 모르게.


Think & Grow rich 영화가 있다. 몇년 전 봤다. 그 영화의 핵심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부자가 되어라는 것이었다. 일단 나는 마음 편안하게 좋다. 마음 부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잠을 줄일 생각하지말고, 잘먹고 잘자는 것부터 해보자. 고장난 내 몸 좀 보살피면서 글 쓰고 일도 늘려보자.



3. 나는 누군가가 좋아질라치면 먼저 끝을 생각한다. 맨 끝 말이다. 나의 어떤 경우는 처음부터 관계의 끝을 예감하기도 한다. 아무리 끝이 안 좋았노라고 모른 척하려 해도 ‘최고의 끝’이란 건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가 한 때 같이 지낸 사람들과의 좋았던 시절은 그저 여행뽕이거나 사랑뽕에 취한 상태에 불과한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미옥 생각)

나와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연을 함께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는데 내가 너무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내 감정이 고여 있는 게 싫다. 내보낼 수 있는 건 보내자. 훨훨.


소모임 토론

정말 편안하게 경청했다. 필기를 안했더니 기억이 드문드문 나고 잘 기억이 안 난다. 다음번에는 들으면서 키워드 위주로 필기해야겠다. 각자 와닿은 문장을 세개씩 말하고, 이유를 말했다. 작가님들마다 관점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말을 주고 받는 토론은 할 수 없었다. 소수의 인원일 때 가능할테니까.



한 줄 문장

“그래서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 두려 한다.”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고 글쓰려 한다.”


이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나는 말을 바꿔서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려고 한다.”


싯다르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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