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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26. 2024

텅 빈 공간

내가 텅 빈 공간이 된 적이 있는가?

내 공간에 다른 사람이 지나다릴 자리가 있는가?

나를 돌아보면 부족한 면이 많다. 개선할 것이 많아 사는 재미도 있다. 나는 잠이 많은 사람이다. 예전에 잠을 줄여서 하고 싶은 일을 했었다. 아이들 재우고 나서. 마흔이 넘으니 체력이 없어 아이들 잘 때 같이 자야만 다음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가 유일하게 텅빈 공간이 되는 때는 명상 할 때이다. 생각이 찾아와도 그 생각을 내려놓는다. 온전히 텅비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를 보내면 가장 텅 비었을 때가 아닐까.

어제 저녁 온 가족이 예설이와 양부대 소아 응급실에 다녀와서 집에 오니 12시가 넘었다. 자면서 예설이 열 체크한다고 계속 깨서 그런지 6시쯤 넘어서 일어나니 몸이 찌푸둥하다. 그래도 압력솥에 밥 불 올리고, 남편이랑 예빈이 과일 쥬스를 위해 사과와 당근을 씻고, 깎았다. 아침에 먹을 블루베리와 체리를 준비했다. 채소를 쪄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미역국에 밥을 주려고 준비했다. 그러고는 잠시 의자에 앉아 명상을 했다. 짧은 10분이었지만 내가 유일하게 텅빌 수 있는 시간이니 오늘도 빠뜨리지 않고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고 넘길 수 있었는데 마음이 가는 쪽으로 잘했다. 명상도 글쓰기도.

뭔가 꽉찬 하루.

뭔가 느슨한 하루.

후자의 하루가 좋다. 바쁘면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다. 그 브레이크를 글쓰기가 돕는다. 내가 바빠지는 모습이 보인다. 내 글에서.

오늘만큼은 내 공간에서 스쳐가는 분들과 나의 텅빈 공간에서 함께 잠시나마 이야기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전에는 출근해서 근무 시간에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년말부터 드는 생각은 근무시간에 업무를 우선순위 있게 배분하고

한 명의 동료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출근하면 괜시리 말을 건다. 등서가서도 업무적으로 이야기하고 나올 수 도 있겠지만, 말을 건다. 어제도 정보화장비계장님의 책 필사 이야기도 그래서 들었다. 오늘도 나에게 어떤 분과 어떤 이야기로 연결될지 궁금해진다. 내 공간이 조금은 비어있어야 사람들도 오지 않을까. 조금은 비워두자. 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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