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열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모두다?

열로부터 시작된 에너지보존의 법칙

by 강윤식

지난 시간에는 증기기관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로써 열역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의 논의들은 모두 실험에 의한 법칙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경험론적인 방법론에 아주 잘 부합하던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세기까지는 순수 실험의 경험이 이론으로 결정화되던 시기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열이 도대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정리가 안되고 있었습니다. 명확했던 것은, 열이 역학적인 일, 짐을 끌고 기계를 돌리는 그런 일을 하더라는 것이었죠. 근대 이전에는 역학, 물체의 운동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으니 생각이 없었던듯 합니다. 하지만, 18세기까지의 빛나는 근대 물리의 성과 위에 19세기는 놓여있지 않습니까. 열이 역학적인 운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자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열이 운동으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여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겠죠?여기서 당황스러우실 수 있는데, 이 19세기까지는 아직 에너지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열이 역학적으로 일을 하니 에너지잖아!'라는 생각은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발상이잖아요. 이 에너지라는 개념, 그것이 오히려 이 지점에서 나타납니다!


에너지라는 개념은 19세기에 여러 과학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창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석탄을 태우면 열이, 그 열이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뭔가 힘 같은 잠재적인 것의 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겠죠. 전기 역시 열을 내기도 하고, 모터가 일을 하기도 했으니, 전기도 얽히는군요.


화학, 열, 전기, 역학. 이 모두가 얽혀 있는 정황이 나타났던 시기가 19세기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뭔가를 공유하는 것이고, 그것이 본질이지 않을까 하는! 바로 그것이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에너지는 역시 역학을 기준으로 최종 정의된 듯 합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니까요. 이건 역시 증기기관의 위상이 반영되었던 것일까요. 사실 본질적인 이유를 보아도 합당하기는 합니다. 화학도 결국은 원자간의 전기력에 의한 위치에너지의 문제입니다. 열은 결국 원자나 분자의 운동 또는 진동이니, 역시 역학적 상태입니다. 전기가 애매하지만, 결국은 전하에 가해지는 힘으로 정의되니까요, 결국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는 역학적 상태로 환원되는군요. 물론 19세기에 이런 것을 모두 알았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의 사람들이 천재적인 것이겠죠, 본질을 꿰뚫어보는 직관을 지닌.


여하튼, 열은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되기 시작합니다. 미시적으로보면 기체 분자의 운동 에너지 입니다. 뜨거운 공기에 피부가 데이는 것은, 그 기체 분자들이 엄청 빨리 날아와 피부를 마구 때리기 때문인거죠. 뜨거운 쇠막대도 쇠의 분자가 마구 떨리고 있어서 그걸 만지면 쇠 분자가 때리는 거구요. 거시적으로는 물론 증기기관을 통한 일로의 변환으로 사고되었던 듯 합니다. 미시적으로는 에너지가 당연한데, 거시적인 시각에서 에너지라는 개념을 뽑아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탄할 수 밖에 없네요. 그것도 다수의 과학자가 동시에...


열에서 시작된 에너지의 개념은 그것의 보존법칙으로 이어집니다.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한데, 변환되어가며 이래저래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개념은 물리적으로 통합된 세계관으로 발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에너지라는 보편 개념으로 묶이기도 했고, 미시적으로보면 결국 분자라는 입자의 에너지로 환원되니까요. 이것은 물리적 대상이잖아요.


각자 발전하던 과학의 분야들은 이리하여 한데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증기기관에서 시작된 근대의 흐름은 생산력의 발전 뿐만 아니라 과학의 통합까지 나아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도구가 이미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요. 그래서 여전히 데카르트, 갈릴레오, 뉴턴은 위대한 것이겠죠. (다분히 물리 위주의 시각이죠? ^^ 저도 물리학도라서요..)


이 후에 볼츠만이라는 또 다른 비운의 천재가 나타납니다만, 이 이야기는 현대 물리에서 통계역학을 이야기하며 나누기로 하구요, 열역학은 여기에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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