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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 Jul 13. 2022

달팽이 part 1

01. 달팽이 세 마리를 얻어오다

우리 집에 달팽이가 오기 전까지, 나에게 달팽이는 아이들 동화 소재도 될까 말까 하는 그저 평범한, 혹은 그보다도 못한 느낌의 생물이었다. 귀여운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벌레처럼 징그러운 모습도 아니어서-적어도 내게는 징그럽다는 인상이 드는 동물은 아니었다-좋고 싫고 할 의견조차 생각나지 않는 그저 그런 것이었다.


그런 달팽이를 보고 놀랐던 것은 몇 년 전 여행에서였다.

내가 정말 달팽이를 실제로 본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내게 놀라운 첫인상을 준 그 달팽이와의 만남은, 제주도에서였다. 생각보다 너무 크고 허여 멀 거 했던 그 녀석은 안개 같은 부슬비가 날리는데, 숲 쪽에서부터 구불구불한 산책로 바닥에 깔려 있는 나무 위로 슬금슬금 느리게 올라오고 있었고, 순간 어이없게도 그 달팽이와 안개비, 젖은 흙냄새가 어우러져 토토로 같은 숲 속의 정령을 만난 듯 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반가운 거 같기도 하고, 너무 커서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우린 여행 중이었고, 비가 날리는 신라호텔의 너무도 아름다운 산책길은 그런 만화적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었다.

"우와~ 달팽이다"라며 반가운 소리를 냈지만, 어쩐지 다가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냥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신기한 것을 발견한 듯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로부터 몇 년간, 내 인생에서 달팽이라는 생물을 마주칠 일은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  꼬맹이가 새끼 달팽이 마리를 얻어왔다. , 상추 조각, 그리고 달팽이 마리가 들어있는 투명한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컵은, 돌돌만 티슈로 위쪽 구멍을 적당히 막아  상태였고, 꼬맹이는 “엄마 이거 아기 달팽이야!”라며 상기된 얼굴로 내게 커피통을 불쑥 내밀었다.

꼬맹이 손톱만 한 정도 크기의 녀석들이었는데, 환영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썩 싫지도 않았다. 손이 많이 가는 강아지도 아니고, 마구마구 개체수가 불어난다는 햄스터도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꼬맹이는 역시나, 자기가 좋다고 얻어온 달팽이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달팽이 관련된 모든 일들은 오롯이 나의 몫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오다가다  번은 들여다보겠지, 혹은 상추라도 챙겨  때가 있겠지 싶어, 부엌과 식당 사이 아일랜드 테이블 , '누구든    있는 ' 커피 컵을 올려놓았다. 내가 하루 이틀에  번씩 신선한 상추를 잘라서 넣어줬는데, 야행성인지  시간 대부분은  속에 들어가 있어서  모습을  보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거실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 상추를 넣어줄 , 흙에 물을 적셔줄  ,  녀석들과 마주치는 날이 종종 생겼다. 어느새 흙 위로 올라와 먹었는지 양이 줄어 있는 상추 잎을  때는, “어라~  귀여운가…”라는 생각이-내가 미쳤지-  때도 있었고, 다들 이러면서 뭔가를 키우게 되는 거구나 싶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계속 커피 컵에 키우긴  그렇지. 안전하게 달팽이 사육통을 사야겠다. , 흙도 사야 되는구나, 상추도 매번 사서 줘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정도의 상추를 먹는  같던데, 매번 사서 주고, 시들기 전에 남은  내가 먹는 그림은-나는 상추를 좋아하기는 한다- 어쩐지 수라간 나인이  기분이   같았다. 이왕 이렇게  김에, 화분에 상추를 심어 꼬맹이랑 같이 키우면서 우리도 먹고 달팽이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각을 씻어 말려 넣어주면 달팽이의 등껍질이 단단해진다는 글을 보았다. 달팽이 사료에는 그런 게 다 들어있다는 광도도 보았다. 사육통 안에서만 키우는데 굳이 그런 게 필요할까 싶어, 그 과정은 생략하기로 했다.


얘들아, 이왕 우리 집에 왔으니,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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