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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09. 2021

제주, 시장의 맛

제주 오메기 떡 대신 마카롱 

월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아이가 감기에 걸려 일주일 동안 유치원에 가지 못하다가 드디어 다시 등원했다. 겨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왜 한 달같이 느껴진 것은 왜일까? 우린 어제부터 들떠있었다. 오랜만에 제주여행이 하고 싶었다. 제주도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집콕을 일주일이나 했더니 제주도의 구석구석이 더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남편에게 "내일 어딜 가면 좋을까?" 물었더니 제주 가이드 책을 한참 들여다본다. "동문시장에 갔다가 사랑분식에 가서 떡볶이 먹고 진아떡집에 가서 오메기떡 사 오자"라고 말한다. "그래! 좋아. 시장 구경 정말 좋지~" 뭘 살까, 뭘 더 먹어볼까 하고 들뜬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와서 아침을 먹었는데도 비가 그칠 기미가 없다. 오늘 못 가겠지 싶은 마음에 걱정이 되어 "우리 시장에 갈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니 "역시 비 오는 날은 시장이지" 하고 말하는 남편.(진심입니까) 



우린 아침을 먹고 난 후 바로 동문 시장으로 떠났다. 시장 근처로 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영주차장을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공영주차장 건물에 만차라고 돌아가라고 주차관리 아저씨가 신호를 준다! 맙소사! 그런데 그 순간! 야외주차장에 차 한 대가 나간다. 다행이다. 오늘 제법 운이 좋다. 덕분에 우린 수월하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분명 월요일이고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고, 갑자기 이렇게나 추워졌는데 시장 주차장이 만차라니!!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참고로 오후엔 차가 더 많아져서 주차를 기다리는 줄이 정말 길었다.)








그런데 동문시장에서 사랑분식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우린 일단 가장 가까운 시장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참고로 동문시장의 입구는 8개이다.) 우리가 찾아 들어간 입구는 '해산물 시장'과 이어져 있었다. 옥돔이 바구니에 여러 개 널어져 있는 것이 기본 템이고 옆집에선 사람들이 줄지어 갈치를 사고 있다. 갈치가 정말 산처럼 쌓여있는 느낌이다. '갈치를 정말 많이 파네"하면서 옆을 지나가는데 세상에나! 갈치의 은빛깔이 눈이 부시다! 어머 머머! 진짜다! 이건 찐이야! 



 


반짝이는 은갈치의 향연








갈치의 은빛 비닐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지나가다 눈이 멀어버릴 뻔했다. 도시에서는 주로 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이용했고 거기에선 토막 난 갈치를 위주로 팔아서 그런지 그렇게 갈치가 반짝이는지 알지 못했는데, 정말 길고 반짝였다. 정말 신선함 그 자체의 갈치였다. 다음엔 꼭 사가져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일단 분식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갈치를 사들고 다닐 순 없었다. 



우린 결국 넓고 넓은 동문시장을 걷고 또 걷고, 생선과 귤도 구경하다 드디어! 사랑 분식을 찾았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사랑분식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떡볶이 마니아라서 제주시에 유명한 떡볶이를 먹어보겠다고 동문시장에 온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늘 꿩 대신 닭이 있다. 바로 근처에 위치한 '서울 떡볶이'로 들어갔다. 방금 전 사랑 분식을 찾아 들어가는 길에 위치한 사람들이 많이 붐비던 떡볶이 가게를 보고 혹시 저곳이 사랑 분식일까? 했는데 아니었다. 이렇게나 손님이 많은데 아마 맛있겠지? 의구심을 갖고 떡볶이 가게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맛있었고, 기대한 것보다는 맛이 없었다. 그러나 괜찮았다. 그러나 나는 더욱 사랑 분식이 가고 싶어졌다. (아! 오늘 사랑 분식은 주인의 물리치료로 휴무였는데 무려 월, 화, 수. 이건 어쩔 수 없이 이해해야 하는 휴무이다) 









떡볶이를 먹고 나와서 이제 어딜 가볼까 했는데 사랑분식 맞은편에 지하로가 나있다. 뭐하는 곳일까 하고 들어가 보니 동문시장 청년몰이다. 너무도 깨끗해서 여기가 동문시장이 맞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문시장 속의 청년몰은 너무도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청년몰에서 문제 아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나는 그곳에서 마카롱을 보았다. 심지어 돌하르방 모양, 동백꽃 모양, 귤 그림의 아주 예쁜 제주 비주얼의 마카롱이라, 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늘 오메기떡을 사가야 하는데! 아...  오메기 떡이냐 마카롱이냐!!?




오메기 떡 대신 마카롱









답은 정해진 것이었다. 언제부터 내가 떡을 먹었다고? 떡 대신 빵을 먹고 빵보다 마카롱과 다쿠아즈를 좋아하는 내게 그곳은 이미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결과적으로 집에 와서 마카롱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흡족했다. 다음에 또다시 마카롱을 사러 가리라 생각했다. 다음에는 오메기 떡을 사 올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엔 맛있는 음식이 많이 팔아서 먹을 것도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해서 고르기도 힘들었다. 생선의 종류는 얼마나 많았는지, 거기에 귤 판매하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 동문시장은 제주도민과 여행객 모두를 위한 곳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쾌적하고 넓었던 시장을 떠올린다. 오늘 나는 여행객이 되어서 시장을 돌아다녔다. 시장을 걷다가 끌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반짝이는 은갈치와 옥돔의 가격에 놀랐고, 오메기 떡을 한 개도 못 사서 아쉬웠다. (다른 가게에라도 가서 사려니 줄이 너무 길었다.) 







시장을 다 보고 나오는 길. 이번 주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앞두고 동문시장에서 제주감귤 빼빼로가 팔고 있었다. 아니 감귤 맛 빼빼로라니? 1500원. 저렴하지 않은 빼빼로 가격이지만 너무도 궁금한 조합이라 구매했다. 마카롱에 이어 뿌듯한 소비였다. 비가 많이 왔지만 시장에서 너무나 알차게 지낸 월요일 하루. 오늘도 이렇게 우린 제주도에서의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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