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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01. 2022

제주, 벚꽃여행


제주에 벚꽃이 만발이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아직 서울은 벚꽃이 피지 않았다고 했는데 제주도는 이미 지천에 벚꽃이 가득하다. 며칠 전 서귀포에 다녀왔을 때 이미 그곳은 만개였고, 오늘 제주시의 모습을 보니 이번 주에는 완연한 벚꽃엔딩 느낌이다.  특히 제주시 평화로 라인에 심겨있던 모든 나무들이 모두 벚꽃이었다니 정말 신기하다. 그곳을 아침, 저녁 오가며 보는 벚꽃길 풍경이 장관이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며 동네 산책을 시작했다. 동네를 걷다가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를 발견했다. 그동안 계속 겨울이었던 터라 앙상한 나뭇가지만 봤었는데, 봄이 와서야 알게 됐다. 벚꽃나무이었다! 그것도 아주아주 커다란 벚꽃나무다. 아직 빨갛게 봉오리만 잡혀있고 벚꽃이 필락 말락 하고 있다. 나무 전체 부분이 빨긋했다. 며칠이 지나야 벚꽃이 필까? 그리고 정확히 4일이 지난 후 어제저녁, 동네를 산책하는데 두 그루의 나무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얼마나 탐스럽고 예쁜지 그 자리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산책을 잊어버린 채 한참을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정말 순식간이다. 벚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은 일 년인데, 피는 것은 일주일 전후로 정말 잠깐이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꽃잎이 모두 떨어져 버린다. 아쉽다. 그래도 피어있는 그 순간만큼은 황홀한 벚꽃 장관이다. 










서귀포에 다녀왔다. 제주도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신기하게도 제주시보다 서귀포시 벚꽃이 더 일찍 핀다. 제주시에 이제 필락 말락 한 꽃봉오리를 보고 갔는데 이미 서귀포시의 벚꽃은 만개했다. 내가 다녀온 것은 서귀포시 상예동이다.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하는데 예래로 초입 부분에 벚꽃거리가 있다. 멀리서부터 와...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예래로 아래 주차장이 있어서 잠시 멈추고 벚꽃 길을 걸었다. 내 생애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쁜 도로였다. 봄마다 참 많은 벚꽃길을 걸었는데 이전의 그 길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남편 손을 꼭 잡고 걷는 벚꽃길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마치 연애할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우리 꽃길만 걷자'





제주, 예래로 벚꽃길





본래 서귀포에 온 이유는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에 다녀오기 위함이었다. 제주생활 중에 중요한 정보는 종종 제주 카페에서 추천받을 때가 있는데 며칠 전 이곳에 다녀왔다던 글을 보았다. 그 글에 함께 실린 사진에는 곧 풍성해질 듯한 벚꽃나무가 가득했고, 갑자기 마음이 설레었다. 그래서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서귀포에 온 것이다. 공원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이미 넘치게 주차되어 있고 남은 차들이 도로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제주 핫스팟이라는 느낌이 왔다. 



공원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아래에는 유채꽃이 위로는 벚꽃이 지천에 가득했다. 그리고 가운데로는 작은 시냇물이 흘렀다. 그리고 양 옆으로 팝콘처럼 만개한 꽃을 한참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분명 천상의 길이었다.  제주도에서 유채꽃과 벚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이곳이 아닐까? 마음이 충만해지는 산책길이었다. 





제주,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







우리 제주집 정원엔 꽃도 나무도 있다. 봄이 되며 가장 먼저 핀 꽃은 매화꽃이다. 그리고 유채꽃이 피는 시기가 오니 유채꽃도 피었다. 그런데 벚꽃은 피지 않았다. 왜 우리 집에 벚꽃 나무가 없을까? 나는 조금 아쉬웠다(내가 또 언제 정원에 있는 집에 또 살아보겠어). 그런데 어느 날! 정원의 왼 편에서 조금씩 팝콘이 터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집 정원은 아니었다. 알고보니 우리 집 옆 바로 붙어있는 농장에 벚꽃나무가 세 그루나 있었다. 그런데 벚꽃이 피고 나서야 그게 벚꽃나무인 줄 알아챌 수 있었다. 벚꽃이 피어난 그날. 내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재밌게도 세 그루의 나무가 교대로 천천히 벚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중에 한 그루의 벚꽃 나무가 만개했다. 아이와 함께 정원에 앉아 벚꽃을 감상하는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가장 가까이에 피어난 벚꽃, 그 벚꽃나무를 한참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했다. 혹시나, 혹여나 나중에 어딘가에 집을 짓고 살게 된다면 정원 가득 벚꽃나무를 심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매해 봄이 되면 집에서 벚꽃을 바라봐야지 하는 상상을 해봤다. 생각만 해도 너무 설레고 행복해진다. 



매년 벚꽃에 진심이다. 지금도 벚꽃나무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 순간은 정말 천국이다. 벚꽃이 뭐라고 매년 이렇게 사람을 홀리는지 모르겠다. 제주에서 이번주 내내 벌써 벚꽃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 봄이 오는 이 순간을 만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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