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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24. 2022

제주, 숲으로 가자

곶자왈 도립공원

화창한 주말이다. 이제 제주 날씨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해가고 있다. 은 덥고 아침, 저녁은 썰렁해서 환절기라는 말이 딱이다. 이러한 기온차가 있으니 아이는 아침저녁으로 콧물을 흘리고 낮엔 땀을 흘린다.

이럴수록 건강관리는 필수이다. 건강을 위해 가족이 모두 총출동하기로 했다. 그러면 다 같이 어디로 가면 좋을까?



우리는 숲으로 가기로 했다. 바로 '곶자왈 도립공원'이다. 이곳은 서귀포시 대정읍 부근에 있는 곶자왈 일대를 포함하는 도립 공원이다. 참고로 제주에는 곶자왈지대가 여러 군데 분포하고 있는데 보통 지형 경사가 급한 남북부 지역을 제외한 동서부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데, 크게 다섯 지대로서, 동쪽에서 부터 구좌-성산 지대, 조천 지대, 교래-한남 지대, 애월 지대 그리고 한경-안덕 지대라고 한다.










곶자왈 도립공원 모습






곶자왈이 무슨 뜻일까 찾아보았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어로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과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표준어의 ‘덤불’에 해당한다고 한다.



곶자왈은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거나,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의 식물을 채취하던 곳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불모지 혹은 토지이용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은 땅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곶자왈은 수풀이 우거져 원시림 지대를 형성하며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만들기 때문에 제주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면에서 중요한 부분임이 틀림없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원래 곶자왈 도립공원 어른 기준 천 원의 입장료가 있는데 제주도민은 무료라서 신나게 입장했다. 제주도 전역의 관광지가 도민 할인이 있긴 하지만 비자림이라던지, 곶자왈 등의 몇 개 한정된 부분에 의해 제주도민 무료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곶자왈 도립공원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그런데 미취학 아동과 함께 하려면 가장 짧은 코스와 평탄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길은 '테우리 길'이다. 테우리 길은 총 1.5km로 남녀노소 다 같이 걸을 수 있는 가장 무난한 길이다. 우리 아이도 신나 하며 걸었다.





친절한 표지판





원래 우리 애는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숲 길 아래에 떨어져 있는 예쁜 나뭇잎을 줍기도 하고, 나무에 달린 퀴즈를 중간에 풀기도 하고 때론 도토리를 발견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걸어갔다. 특히 테우리 길이 전혀 힘듦 없이 갈 수 있도록 나무데크가 깔려있거나 평지로 잘 정비되어 있었고 숲의 공기 또한 깨끗하고 좋았다.




테우리 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곶자왈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를 올라가다 보면 제주의 학생들이 제주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망대에서는 곶자왈의 전체 모습과 저 멀리 한라산, 산방산 등의 주요 요지들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곶자왈의 모습은 훌륭했다. 초록이 숨을 쉬는 공간, 그 속에 우리가 있었다.





곶자왈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연물에 관심이 많았다. 요즘은 집 정원에 피어난 작은 꽃을 꺾어서 나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개미를 잡아 놀기도 하고, 매실나무에 올라 매실을 따오기도 한다. 그러나 숲에선 떨어져 있는 자연물을 주워서 관찰한다. 초록 나무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노랑, 빨강 나뭇잎을 주워서 살펴본다.  우연히 기다란 넝쿨식물을 주워서는 들고 다니길래 손목에 팔찌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만난 자연, 숲은 아이를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한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숭고한 선물, 우린 곶자왈에서 충만한 초록 기운을 느끼고 왔다.




식물로 만든 팔찌









곶자왈 도립공원에서는 숲 해설사를 만나 곶자왈의 주요 식생 및 코스 안내, 곶자왈 관련 문화, 사 이야기 등의 내용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곶자왈 프로그램 종이에 적혀있던 프로젝트를 한 가지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나무와 친구 맺기 프로그램'이다. 곶자왈을 걸으며 친구를 맺고 싶은 나무를 찾는 것이다. 그 후에 나무를 안아주며 인사하고 애칭을 지어준다. 그리고 나무에게 나의 소원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곶자왈의 나무와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활동이다.





소곤소곤, 나무에게 말 걸기





아이와 우리는 나무를 한 그루 찾았다. 제주어로 '다간죽낭'이라고 부르는 예덕나무이다. 예덕나무는 낙엽 소 교목으로 해안가에 서식한다. 가지가 어릴 때에는 별 모양의 털이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아이 이름에도 '예'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친근감이 들었다. 우리는 예덕나무를 친구로 삼기로 했다. 아이는 먼저 나무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꿈비 나무라는 애칭을 주었다. 예쁜 나무라고 할까 꿈비 나무라고 할까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이는 나무와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무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며 쓰다듬어 주었다. 이로서 예덕나무는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다음에 다시 와서 꿈비 나무를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로 곶자왈 도립공원 내부에 있는 많은 나무에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나무의 이름과 설명을 보기 좋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곶자왈 나무들의 이름표





제주는 이미 여름에 가까이 왔는데 곶자왈의 내부는 시원하고 청량했다. 특히 곶자왈에서는 미세먼지 걱정 없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곶자왈은 숲이므로 그곳에 사는 벌레나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 긴팔, 긴바지, 양말까지 잘 착용하고 기피제를 뿌려준다면 걱정 없이 갈 수 있겠다. 특히 테우리 길을 제외한 다른 곳은 바닥이 정돈되지 않았으므로 운동화를 신어서 걷기에 편안하도록 준비하면 완벽한 곶자왈 방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의 햇살 좋은 날. 우리 가족은 곶자왈 도립공원을 오가며 기분 좋은 산책을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곶자왈, 그곳은 제주를 제대로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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