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한 번쯤, 우도

제주의 섬 2. 우도

by Blair


제주에 여행 오는 친구들 마다 꼭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우도이다. '우도에 대체 뭐가 있길래요?'



나도 분명 우도에 가본 적이 있다. 스무 살 즈음 부모님과 친척들과 함께 제주여행을 왔을 때 분명 우도를 들려봤다. 그런데 문제는 딱 두 장면 빼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난히 깨끗하고 파란 바다, 그리고 해수욕장에 들려 모래를 만지던 내 모습 딱 두 그 장면 빼고는 전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연히 제주에 살고 있을 때 다시 가봐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런데 제주에 사는 일 년 동안 뭘 했길래 우도에 가기가 참 어려웠다. 오히려 여행 온 친구들이 더 우도를 잘 다녀오는 듯했다. 우도에 빨리 가봐야겠다고 쓴 글이 무색할 정도로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지난여름 비양도에 갔다가 날이 더워서 까맣게 익어버렸다. 태양이 정말 뜨거워 걸어 다니는 것도 조금 힘들 지경이었다. 이제 날도 꽤 선선해지고, 가을 날씨가 한창인 지금! 이럴 때 우도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이와 함께 가는 우도는 더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미취학 아동과 노약자, 임산부와 함께 가면 우도에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그 외엔 섬의 업무용 차량이나 숙박 예약을 하면 가능하다.




우도훼리호를 타고 우도로 출발하다









그렇다면 우도에서는 뭘 하면 좋을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대표적인 우도 관광지는 우도봉, 우도등대, 우도 봉수대, 검멀레 해변, 서빈백사(산호 해수욕장), 하고수동 해수욕장, 비양도 등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과 별개로 우도에서 하고 싶은 것이 소박할 따름이었다. 우도에 왔으니 우도땅콩아이스크림과 우도땅콩 커피를 먹고, 내 기억 속의 우도 해변을 찾아 바라보고 싶은 것이 전부였다.




성산항에서 우도까지는 배를 타고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이번에 섬으로 가며 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것이 처음이어서 조금 긴장이 되었다. 배는 차를 20여 대 정도 싣을 수 있는 크기였다. 이번에 우도에 갔을 때는 한창 날씨가 좋을 때라 관광객이 많아 배가 수시로 출발하기 때문에 오고 가는 것을 꽤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제주 성산항이나 종달항에서 출발해서 우도의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두 곳 중에 하나로 도착한다.




우도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우도봉에 가려고 나섰는데 , 제주도의 길과 비교하여 우도의 길은 조금 좁게 느껴졌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로 갔더니 차 한 대가 다닐법한 도로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자전거, 스쿠터, 전기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다들 면허증은 있겠지? 싶을 정도로 대충 운전해서 다니는 느낌이었다. 저러다 사고는 안 나려나? 걱정스러웠다. 아마도 한 번도 우도에서 전기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의 걱정이었으리라.



우도봉에 오르기 위해 우도봉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마자 아이는 아이스크림부터 찾는다. 우도에 가면 땅콩아이스크림 먹는다고 했지 않았냐고 이야기한다. 마침 그곳에 아이스크림 연구소라는 곳이 있어서 들어갔다. 땅콩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땅콩이 씹히는 우도 명물 아이스크림, 우도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라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후 우린 힘을 얻어 우도봉에 올랐다. 우도는 소가 누워서 머리를 들고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우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도봉은 그 소 머리에 해당하여 소머리 오름이라고도 한다.





우도봉에 오르다





우도봉에 오르는 동안 햇빛은 강하고 바닷바람은 조금 끈적였지만 바다 내음이 물씬 나는 것이 참 좋았다. 게다가 가을 느낌도 물씬 나는 우도봉은 역시 우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우린 천천히 걸아 우도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그곳에 오르니 안개로 살짝 가려진 성산일출봉의 모습도 보였다. 우도봉은 어른들이 올라가긴 수월했고 아이는 조금 힘들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늘이 없고 해가 쨍쨍 내리쬐었기 때문이다. 분명 여름에 우도봉을 오르는 것은 굉장한 무리일 테니 날이 선선한 계절을 골라 다녀오면 좋을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우도등대도 갈 수 있었는데 아이가 이미 지쳐서 그곳까지 갈 수 없었다. 아마 어른들끼리 여행이라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곧장 검멀레 해변으로 향했다. 해안의 모래가 모두 검은색을 띠고 있어 검멀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말 신기하게도 해변의 모래가 검은색이었다. 순간 내가 스무 살 즈음 왔던 우도의 해변이 이곳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색다른(아마도 검은색) 모래를 만지며 바다를 바라보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는 것만 같았다.



그 후 하고수동해수욕장을 향했다. 우도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조금씩만 이동하면 다음 도착지가 나타난다. 특히 하고수동해수욕장은 작은 해변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가을에 들어선 시점이어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우도의 바다를 만난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검멀레 해변보다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더 해변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





하수고동해수욕장과 보말칼국수




근처에 친구가 추천해준 보말칼국수 식당이 있어서 다녀왔다. 칼국수라니 무난하겠지 하면서 들어갔는데 보말이 들어가서 그런지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제주에 와서 보말은 처음 먹어봤는데 아이도 잘 먹어주니 뿌듯한 마음이었다.








우도에도 작은 비양도가 있었다. 아주 작은 섬이라 우도에서 다리로 이어져있었는데 사람들이 가득했다. 특히 그곳엔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니 정말 부러워졌다. 제주도에 살고 있지 않았더라면 필시 '우도에 살고 싶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백패킹의 성지라고 불리는 캠핑지였다. 나는 캠핑을 하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 저곳에선 다음에 반드시! 캠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올랐다. 낭만이 가득한 우도는 바로 그 캠핑 플레이스에 있었다.





비양도에서 백패킹을 바라보다





비양도에 다녀오니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이전에 우도의 카페와 칸타타 커피가 협업으로 했던 땅콩크림라떼를 마셔본 적이 있는데 달달하니 정말 맛있었다. 그 이후로 우도에 가면 그 카페를 꼭 가보고 싶었다. 참고로 하수고동 해수욕장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그 카페가 보인다. 그 카페에 가니 우도에 여행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곧바로 땅콩크림 라떼를 주문했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한 크림과 고소한 땅콩 맛이 조화를 이루는 커피의 맛이 딱 취향에 맞았다. 우도의 정점은 바로 땅콩크림 라떼였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차를 타고 우도를 한 바퀴, 해안가를 타고 쭈욱 돌았다. 해안길도 미묘하게 좁은 것 같았으나 자동차 한 대와 전기차 한 대가 다니기엔 불편함이 없었다. 우도에서는 사람들이 거의 전기차를 타고 다녔고 우도 순환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꼭 차를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도땅콩크림 라떼 맛은 최고였다









해안길을 돌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 다시 우도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왔다. 배 시간을 보고 가까운 항구로 갔다. 배의 막차 시간이 가까워오자 우도를 떠나려는 사람들과 차로 항구가 복잡했다. 길게 늘어진 차를 보고 오늘 갈 수 있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 철이라 배가 많이 오고 가서 금방 배를 타고 돌아갈 수 있었다.



우도는 당일치기로 충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다만 배 시간에 쫓기지 않으려면 오전 일찍 가서 더 천천히, 여유 있게 둘러봐도 되고 혹은 우리처럼 조금 천천히 들어가서 적당히 관광하고 나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히 한 여름에는 정말 더울 수 있으니 봄이나 가을여행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우도에서의 백패킹을 꿈꾼다. 어느 따뜻한 봄날, 여름이 가까워오는 그 시점에 다시 우도에 들어가 보고 싶다. 한쪽엔 텐트를 메고 한 손엔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우도에 가는 배에 오를 테다. 그리고 전기차를 빌려 곧장 우도의 비양도로 찾아갈 것이다. 그곳에서 텐트를 펼치고 앉아 우도의 바다를 바라보며, 땅콩크림라떼를 한잔 하며 그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



우도, 그곳은 생애 한 번쯤 꼭 다녀오면 좋을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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