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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16. 2024

오빠가 보내준 초콜릿

까맣게만 생긴 것이 보기와 달리 어찌나 달콤한지 자꾸만 손이 간다. 초콜릿은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먹고 또 먹어도 또 먹고 싶어만 지는 것이 초콜릿인 것 같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날이 가까워지면 유난히 달고 자극적인 것이 당기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초콜릿이 늘 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번에 제주에 엄마가 오셨는데 오빠네가 줬다며 선물을 이것저것 꺼내주셨다. 얼마 전 어린이날이라 온 선물이다. 그런데 그 안에 커다란 초콜릿 봉지가 눈에 띄었다. '앗. 이 초콜릿!!!' 나는 부탁하고 까마득하게 잊었는데 오빠가 기억하고 있다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친오빠에게 초콜릿을 받을 일이 뭐가 있을까? 밸런타인데이였냐고? 아니다. 지금은 5월이다.



몇 달 전 일하는 곳에서 초콜릿을 몇 주길래 먹었다. 특히나 일을 마치고 먹는 초콜릿이 어찌나 달콤했는지 모른다. 그때가 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적응기여서 몸이 힘들 때였으므로 일이 끝나고 퇴근길, 운전을 하며 입 속에 초콜릿을 하나씩 둘씩 넣고 퇴근했다. 그러면 갑자기 없던 호랑이 기운이 솟아... 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집에 가서 다시 집안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활력소가 돼주었다.



그때 먹고 반했던 초콜릿은 하트모양의 다크초콜릿, 내가 아는 그 유명한 브랜드 고디바(Godiva) 제품이었다. '비싼 초콜릿이라 더 맛있네, 나도 한번 사 먹어볼까?' 하고 검색을 했다.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 초콜릿은 육지의 초대형마트에서 팔고 있었다. 인터넷 가격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제주로 오는 배송비가 초콜릿 가격만큼 붙었다. 그러니 당연히 가격이 훨씬 비싸졌다. 먹고 싶긴 한데 배송비 때문에 아까워서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오빠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오빠네 식구는 그 코스트x의 멤버십이 있어서 가끔 가서 장을 보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빠 코스트x에 가면 그 초콜릿이 파나 봐줄 수 있어? 혹시나 팔면 나 좀 사다 줘"



아무튼 그 후에 그 초콜릿은 잊고 살았다. 알다시피 일반마트에만 가도 초콜릿은 널려있다. 그래서 다른 초콜릿을 열심히 먹었더랬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시점, 오빠가 아이 어린이날 선물을 샀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엄마가 제주에 여행을 오실 일이 있으니 그 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다양한 선물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것이 함께 도착했다.





바로 이 초콜렛이다, 진하고 맛있다.








바로 몇 달 전 내가 말했던 그 초콜릿이었다. 정작 말한 당사자는 초콜릿을 잊고 지냈는데, 잊지 않고 그 초콜릿을 사다 준 것이다. 너무너무 고마웠다.



초콜릿을 보니 아주 오래전 오빠가 보내줬던 초콜릿이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한참 카메라도 사진 찍는 것에 흥미 있을 때라 미국에 갈 때 커다란  DSLR카메라를 들고 왔다. 그러나 매일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똑딱이(소형) 카메라가 필요해졌다. 한국에 있는 오빠에게 연락을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카카오톡이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전화카드를 사거나 아니면 온라인 메신저(진짜 라테시절이군)로 연락을 해야 했는데 오빠에게 부탁했다.



오빠는 손이 나보다 야무져서 뭘 부탁하면 꼼꼼하게 체크해 주기 때문에 참 좋다. 그 둘은 남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카메라와 함께 택배가 왔다. 카메라 말고도 이것저것 넣어 보내달라고 했는데 다른 것은 무엇이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지금도 기억나는 인상 깊었던 것은 상자의 틈이 없을 정도로 초콜릿이 가득 채워있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초콜릿이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아마 그때도 내가 초콜릿을 보내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초콜릿을 마치 완충재로 쓴 것 같았다. 그 속에 꼼꼼히 포장된 카메라가 무사히 도착했다.



그때 초콜릿을 하나씩 하나씩 아주 유용하게 먹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후 다시 받은 초콜릿이다.



오늘 초콜릿을 먹다가 오빠에게 연락을 했다. 평소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좋은 매개체가 되었다.




흔한 오빠와의 카톡









나에겐 오빠라는 형제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외동을 키우고 있다. 첫 아이가 이만큼 크도록 여태 둘째가 고민되는 것은 나(아빠엄마)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계속 혼자라는 사실이다.




어릴 적엔 오빠랑 자주 싸워서 오빠가 싫기도 하고, 나를 싫어하는 오빠 때문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대학생 때부터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 후로 시간이 이만큼 흘러보니 형제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나는 오빠가 있어서 정말 좋다. 물론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하는데, 오빠는 내게 언니도 선물해 주었다(새언니).




외동인 남편은 형제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건 없어봐서 하는 소리이다. 오빠가 있어본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이에게 동생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빠가 초콜릿을 보내줘서, 조카 어린이날 선물을 잊지 않고 챙겨줘서 하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한 배에서 나고 자란 우리는 남들에게 느끼지 못하는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



 

암튼 오빠 덕분에 맛있는 초콜릿을 당분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참 기쁘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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