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기는 오랜만이다. 제주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신기하다. 특히 올여름은정말로 더웠어서이렇게 갑자기 순식간에 가을이 될줄은 몰랐다.
제주살이 3년 동안 올여름을 제일 즐겁게 보냈다. 특히 올여름휴가는 멀리 가지 않고 제주에서 참 잘 보냈다. 해변도, 수영장도, 계곡도, 포구도 다녀오고, 마음먹어야 갈 수 있는 먼 곳도다녀왔다.
어제는 멀리 종달리에 다녀왔다. 종달리는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종달리에 가자' 하고 말하기엔 성산도 종달리도 정말 멀다. 그리고 그 옆 월정리도 세화도 가기도 조금 멀다. 제주는 멀리서 보면 작아 보이는데 막상 살다 보면 꽤 크고 넓다..
어쨌든 큰맘 먹고 종달리에 가기로 했다. 어느 순간 "이 길이 맞아?" 싶은 길로 정말 한참 쭈욱 따라가니 정말 종달리에 도달했다. 종달리는 무려 1년 반 그러니까 2022년 12월에 나 홀로 다녀왔던 곳이다. 그날의 종달리는 참 추웠다. 그래서 다음번엔 따뜻할 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디어 좋은 계절이 오게 되었다.
일단 종달리에 있는 카페를 검색해서 한 군데에 가기로 했다. 그중에 지난 종달리 방문 때 예약해서 다녀왔던 카페를 다시 가고 싶었지만... 이 멀리 와서 같은 카페를 두 번이나 가는 것은 아쉬우니 새로운 곳으로 가기로 한다.
다녀온 곳은 '종달리 ㅇㅇㅇ' 북카페이다. 제주도에서 북카페라니 정말 낭만이 넘치는 것 같다. 책이 가득 있는 카페라 마음껏 꺼내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았다.북카페라서 커피 맛이나 디저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볼 수 있는 책이 다양했다. 심지어 동화책도 많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기도 좋았다. 분위기까지 완벽한 카페였다.
월정리 북카페
종달리에서 잘 놀고 그대로 세화나 월정리로 갔어야 했다. 아직 한낮에는 물놀이를 해도 될 것 같은 날씨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북카페를 다녀온 후 갈 물놀이장소를 검색했는데, 성산 쪽이었다. 성산 쪽이어도 물놀이만 할 수 있다면 괜찮겠는데... 하필 간 곳이 광치기 해변이었다.
광치기 해변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를 잘못 데려간 것이 처음이 아니다. 종달리에서 조금 더 왼쪽(세화, 월정리 쪽)으로 가면 물놀이할 장소가 많았는데... ㅇ차라리 내가 잘 검색해 보고 갈걸후회했다.
그래도 광치기해변에 도착한 김에 산책을 하고 가기로 했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변이라 참 멋졌다. 그러나 물놀이를 할 수 없는 곳이라 (아마도 수심이 깊어서?) 아쉬웠다. 산책 후 그대로 집으로 갈지 알았는데 웬일인지 남편은 지치지 않고 월정리로 가자고 했다.
광치기 해변
다시 월정리를 향했다. 가까워 보이는데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 가족이 보통 이른저녁을 먹는데 벌써그시간이 되었다. 월정리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어야 했다. 무엇을 먹을까 찾아보는데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곳저곳을 찾아보다가 파스타와 돈가스가 맛있어 보이는 집을 찾았다. 일단 밥부터 먹기로 한다. 후기는 많아 맛집처럼 보이는 집이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관광지의 맛이구나 생각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밥까지 먹었더니 시간이 더 늦었다. 이제는 해변에 들어가기엔 불가능한 시간이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짧게 바닷가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조금 더 늦어지면 해가 금방 져버릴 것 같아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가을에 접어든 요즘은 해가 빨리지고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깜깜한 밤길 운전은 힘이 드는데 다행히 해가지고도 어스름할 때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멀리 제주여행을 떠난다. 미리세웠던계획보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알찬 하루였다. 제주에 살면서 좋은 점은 언제든 제주를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그들처럼...
올 가을도 지난여름처럼 열심히 돌아다녀볼까 한다. 아이랑 손잡고 오름도 오르고, 바닷가에 발도 담그고 모래놀이도 하고, 억새 구경도 하고... 또 무엇을 하면 재밌을지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