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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1. 2024

제주 주말일기

아침부터 따뜻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주중엔 흐리고 비가 왔는데 주말이 가까워오니 해가 뜬다.

이런 주말은 마음도 몸도 바쁘다. 날씨가 좋으니 외출도 해야 하고, 또 날씨가 좋으니 집안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은 분주했다. 아침부터 신발과 실내화를 빨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실내화를 가져와 세탁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주 소풍에 다녀와 더러워진 운동화도 가져와 빨고, 지난여름 신었던 신발도 가져와 세척하고

그러다 보니 신발을 5개나 빨았다. 햇빛아래 조르륵 말리고 있는 신발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신발장에서 앞으로 신을 신발을 꺼내 햇볕아래 놔두었다. 가끔은 이렇게 햇빛소독이 필요하다.



따스한 햇살을 보니, 그 아래서 바짝바짝 마르고 있는 빨랫감을 보니 집안일을 하기 제일 좋은 계절임이 틀림없다.



청소를 하러 방에 갔다가 이불도 햇빛 아래 널어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베갯잇을 세탁기에 넣어놓고 이불을 가져다 털고 정원에 이불을 널어놓았다. 보송보송 바싹바싹 말라라.



주중엔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주말이라도 집안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전날인 토요일에는 집안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을 소풍을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가을 소풍지는 바로 억새가 한창인 산굼부리다. 산굼부리에 다녀온 것이 작년인지 알았는데 무려 3년 전이다. 그때는 늦가을에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조금 일찍 다녀왔다.




산굼부리에 지천인 그것들은 억새였다. 억새일까 갈대일까 늘 어려웠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지난 늦가을에 왔을 때보다는 아직 억새가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풍성한 억새가 지천일 것이다. 그래도 그곳은 이미 아름다웠다. 그동안 더운 날씨에 가을인 줄 모를 뻔했지만 그곳에 도착한 순간 정말 가을이 왔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와 손을 잡고 억새길을 걸었다. 별로 높지도 않고 길도 잘 닦여있어 모두가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산굼부리 위에 올라가면 분화구가 보이는데 아이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무섭다고 엄살을 부렸다. 산굼부리의 정상에는 한라산을 가깝게 보기 위한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이는 그것으로 한라산을 바라보더니 제가 챙겨간 쌍안경이 더 잘 보인다며 내려왔다. 그 후에 쌍안경으로 산굼부리의 억새를 그리고 멀리 한라산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산굼부리의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그곳엔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있었다. 여태 걸어온 억새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곳이었다. 아직 초록잔디의 생동감이 펼쳐있는 그런 곳도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아래쪽으로는 산굼부리 글씨가 쓰인 산책길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는 그곳에서 아빠와 한참을 뛰어놀았다.




산굼부리 억새는 가을 명장면








산굼부리를 나와 송당동화마을에 들렀다. 요즘 제주 여행지의 핫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새로운 카페와 스토어가 모여 생긴 곳이다. 게다가 그 주위엔 커다란 정원이 있어서 산책까지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가장 먼저 기대한 곳은 도토리숲이었다. 이름도 귀여운 이곳은 지브리 굿즈를 판매하는 곳이다. 캐릭터마다 귀여운 굿즈들이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곳엔 귀여운 고양이 버스도, 커다란 토토로도 전시되어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옆엔 마법사 키키를 모토로 한 키리코 카페가 있었다. 그곳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고 나왔다.







그리고 제일 기대했던 정원을 산책했다. 그런데 산책하는 길에 지난봄 아마도 여름까지 예쁘게 피고 죽어버린 유럽수국이 눈에 띄었다. 갈색으로 변해버린 꽃들이 흉물스러웠다. 아쉬웠다. 그곳에도 가을의 꽃이 피어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생각했다. 산책길 뒤편에 가을 정원이 있다고 했다. 서둘러 걸어 가을 정원으로 갔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에 가득 펼쳐진 핑크뮬리. 바람에 분홍색 들판이 흔들거리는듯했다 아름다웠다.






핑크뮬리



지난 주말은 억새와 핑크뮬리 그리고 청소와 정리 정돈으로 잘 마무리했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도 주말에는 이렇게 제주도 여행하듯 가고는 한다. 특히나 계절별로 들리면 좋은 곳들이 있어 참 좋다.  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제주의 여러 곳들을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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