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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프로 마음에 드는 소비만 하기

by Blair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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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지갑이 하나 있다. 수년 전에 카드만 들어가는 작은 지갑을 샀다. 브랜드 제품의 검은색이다. 살 때는 조금 비싼 값으로 샀지만 몇 년 동안 참 잘 썼기 때문에 값어치는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사서 참 잘 사용했다. 그러나 매일 가지고 다니고 써서 그런지 몇 년이 흐르니 많이 낡아버렸다. 그래서 언제든 기회가 되면 새로운 지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쇼핑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을 낡은 지갑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번 해외여행을 갔다가 기회가 생겼다. 원래 쓰던 것과 비슷한 지갑을 구매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구매하기 어려운 지갑이라고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살까 말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여행 기간은 없었고, 내일 다시 매장에 온다고 해도 이 제품이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게다가 매장의 폐점시간은 10분도 남지 않았다. 나는 빠른 결정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구매했다.




문제는 구매한 지갑이 100%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지갑과 같은 브랜드, 같은 컬러라서 그런지 새 지갑을 산 기분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라면 이미 환불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찜찜한 쇼핑이었지만 이미 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출국을 위해 공항에 갔다. 생각 보자 공항이 생각보다 컸다. 그러다 보니 다양하게 쇼핑할 것들이 많았다. 하여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또 지갑을 사버렸다. 왜 하필 지갑을 샀을까? 왜냐면 그것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지갑이 두 개나 생겨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문제가 되었다. 미래의 내가 갚을 카드 값은 있던 지갑도 더 얄팍하게 만들었으니까. 솔직히 지갑이 하나면 십 년은 충분한데 왜 또 다른 하나를 사버린 걸까?




나는 그저 그저 오래된 지갑을 새것으로 바꾸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 이번 쇼핑은 정말 망했다.




지갑의 4면이 심히 닳아버렸다지갑의 4면이 심히 닳아버렸다







미니멀리스트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시리스트로 작성해 놓은 것이 눈에 띄면 나도 모르게 흔들리고 만다. 이럴 때면 습관처럼 물건을 사던 과거의 습성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인간의 습성이란 참 무섭다. 몇 년간을 노력해 왔던 것이 새로운 물건을 보는 순간 이성을 잃고, 순식간에 돌아가버리니 말이다.




그러나 미래의 내가 갚은 카드 값은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순간의 충동은 결국 빚만 남겨주었으니 말이다. 언제나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같은 물건을 두 개 사는 등, 백 프로 만족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는 등의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




교훈이 참 비싸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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