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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스토리텔링 Feb 25. 2024

2월의 나무

문제는 존재 인식에 있다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2월 24일의 하늘은 짙은 회색빛을 띄었고 흐린 창공 위로 간간히 빗발이 흐트러졌다. 흩어지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려간 버크 공원의 나뭇가지엔 잎망울이 가득 맺혔다. 겨울 내내 창공을 향해 죽은 듯 앙상한 가지를 뻗고 섰던 나무들이 다시 생명을 잉태하기 시작했다. 죽음 같던 고요마저 살아 있음에 대한 기도다.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나무들에 대한 최대의 경의는 ‘살아 있다’는 감동을 드러내며 사는 일이다. 생명을 탄 우리 모두와 똑같이 저 나무들도 하나의 생명체라는 인식.

비록 이동력이 없고 그 이루어짐이 단순하나 나무들도 사람과 똑같이 숨을 쉬며 먹고 싸는 신진대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로 스스로 자라고 늘어난다. 자라고 크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바깥 자극에도 사람의 그것과 같이 반응한다. 세포라는 구조와 기능을 가진 모든 생명체가 그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넘기고 어느 때인가는 ‘죽는다’는 유한성까지도 사람과 나무가 다르지 않다는 것. 

문제는 그것의 존재 인식에 있다. 그래. 저들도 우리처럼 살아 있고 우리처럼 죽는 것이지만 그저 우리 곁에 함께 있을 뿐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통념이 자연 친화의 즐거움을 결정적으로 훼방 놓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나의 나무 사랑은 그 나무들 곁에 잠시 머물 수 있다는 것, 광합성 그 열정의 해바라기로 연출하는 나무들의 춘하추동 그 오르가슴의 황홀을 마치 내 것처럼 흠뻑 누리고 산다는 감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전상국의 '작가의 뜰' 중에서--






달리기를 하며 잔차를 타며, 2024년 2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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