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안도현 1996년 초판 문학동네 134쪽
"엄마, 나는 미역 싫어."
-"왜?"
"미끈미끈해서 안 먹을래."
-"고래도 미역 먹는다는데?"
"고래도?"
며느리는 우화 작가가 된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 턱큰연어와 주둥이큰연어는 이름이 재미있다. 이름만으로도 캐릭터에게 친근감이 생기고 거부감은 적다. <연어>는 어른이를 위한 동화라서 편하게 다가가서 큰것 하나 낚는다.
~이유 없는 삶이란 없지.~삶의 이유는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자체야. 존재한다는 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 내가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잘 하는 것도 없고 열심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무언가 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뒹굴기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멍때리기보다 이성이 반짝반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인공이고 멈추지 않는 멋있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 누구의 배경이 되고 싶지 않고 누구를 배경으로 삼고 싶지도 않다.
노환에 든 어머니를 보살필 자식은 나뿐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고 억울하다. 자진해서 어머니 동네로 이사 온 지 3년, 내 표정이 어두워지고 얼굴에 주름이 깊어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힘이 되지 못한다. 짜증만 더해간다. "마음에 담아두면 보살만 무겁다."는 스님 말씀도 언발에 오줌이다. "형님 오래 아프시면 우리 선생님 고생인데."라는 옛 학모 말씀은 위로가 좀 된다. 오늘도 늙고 아픈 어머니 속도에 맞추어 걷는다. 내일도 느릿느릿 걷는다.
작가 안도현이 말한다. 연어의 눈으로 말한다. 삶의 의미는 멀리 있지 않다고. 사는 이유는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되는 것이라고! 그저 살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배경!" 배경은 희생도 간섭도 아니구나. 그저 살면 내가 누군가의 배경이 되고 또 누군가는 내 배경이 되고. 한때 나의 배경이던 어머니, 지금 어머니의 배경인 나. 부모도 자식도 희생은 아니구나. 그냥 살면서 배경이 되는구나. 눈맑은연어처럼 은빛연어처럼 그냥 살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