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은 건강한 자아상을 완성하는 시간이다.
인생을 빛나게 살고 싶다면 마음에 꿈을 품어야 한다. 마음에 꿈을 품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건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아무것도 하치 않은 채 멈춰있는 시간이 아니다. 우리 마음속에 품어왔던 꿈을 숙성하는 시간이다. 쉼 없이 노력하고 애쓰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쳤음에도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을 때, 우리 마음은 어떨까? 좌절과 절망으로 간직해온 꿈을 스스로 뭉개고 짓밟고 싶을지도 모른다. 얻은 게 없고, 이룬 게 없다고, 꿈이 쓰레기가 될 수는 없다. 마음속 꿈이 잘 숙성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우릴 열심히 살게 한 소중한 꿈은 기다림을 만났을 때 빛으로 가득한 인생이 된다.
포도와 와인은 출발이 같으나, 전혀 다른 자아상을 가졌고 그 가치도 다르다. 포도가 ‘최고급 와인’이 되기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포도를 수확하고 가지를 제거해서 포도 알갱이를 밟아 으깬다. 그 외 발효와 압착, 여과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 통속에서 오랜 시간 숙성한다. 많은 힘든 단계를 거치고도, 숙성단계를 생략하면 결코 ‘최고급 와인’이 될 수 없다. 포도를 밟고, 압착 하고, 여과하는 등의 힘든 과정은 숙성의 시간, 즉 기다림을 지나야 와인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포도는 오직 ‘최고급 완인’이 되고자 하는 꿈 말고는 품지 않았을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포도가 품었던 자아상, ‘최고급 와인’을 완성하는 시간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노력하며 사느라 지쳤다면 기다림의 시간이 왔다는 의미다. 기다림의 시간은 지친 자신에게 쓴 소리 하면서 자책하는 시간이 아니다. 세상을 한탄하는 시간도 아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처음에 품었던 꿈을 되새기는 시간이고, 마음과 생각과 감정을 정화하는 시간이다. 조바심 때문에 잘 숙성 중인 와인 뚜껑을 열어본다면 어떻게 될까? 불안한 마음에 첨가제를 더 넣으면, 오히려 와인 전체를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최고급 와인을 만들 듯 우리 삶에 고급 적인 풍미를 더 하고 싶다면, 힘들수록 마음을 가꾸자. 우리의 자아상은 기다림 속에서 마음을 가꾸는 노력을 끝까지 했을 때 완성되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더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더 먼 곳을 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을 갖게 합니다. 기다림은 모든 걸 참고 견디게 하고, 생각을 골똘히 갖게 할 뿐 아니라, 자기 자리 하나 굳건히 지키게 합니다. 기다림은 옹이같이 단단한 마음입니다” 경제학자이자 문학가였던 신영복 교수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일부 내용이다. 더 멀리 보고, 더 깊게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유익함은 기다림에서 온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정신을 빼앗긴 채 있는 것,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를 다치게 내버려 두는 것은 기다림이 아니다. 세상과 사람과 나를 사색하는 것, 삶을 살피고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기다림이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우 진서연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진서연은 영화 「독전」에서 중국 마약상의 거물 진하림의 아내, 보령역을 맡았었다. 영화 「독전」이 큰 흥행을 거두면서 배우 진서연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방에 인생역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인터뷰 내용은 달랐다. 영화 「독전」으로 스타가 되기까지 12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대사와 독백을 연습했다고 한다. 매일 꾸준한 운동과 식단으로 몸 관리를 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무명으로 있으면서, 매일 배우로서 노력했던 이유는 연기가 너무 좋아서였다. 무엇보다 어느 날 갑자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칠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
배우 진서연에게 12년간의 무명시절은 언젠가 대스타가 되기를 꿈꾸면서 막연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었다. 매일 꾸준히 자신을 다듬는 시간이었고 스타로서의 건강한 자아상을 완성하는 시간이었다. 당장 눈앞에 어떤 결과가 없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 매일의 즐거움을 느끼며 삶을 음미하는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오늘의 나를 사랑하고 가꾸는 시간이고, 미래 어느 순간 만나게 될 나를 기대하는 시간이다. 멈춰선 곳에서 삶의 주변을 둘러보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쁘게 앞만 보며 사는 동안 챙기지 못했던 작지만 소중한 일들이 있을 수 있다. 거기에는 쉼, 사랑, 가꿈, 베풂 등도 포함된다.
기다림의 시간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하필 우리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이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다면, 어떻게 할까? 기다림이 길어질 때 마음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처음에 간직했던 꿈들은 흐려지고 마음에서 포기하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감정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 같은 상황에서도 마음에 무엇을 넣을지 선택할 수 있다. 미래를 만드는 건 오늘을 대하는 마음 태도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굳건하고 바르면, 좋은 시간이든 나쁜 시간이든 그 순간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다. 짙은 향기와 우아한 풍미가 퍼져나오는 삶이란 어떤 기다림 속에서 만들어지는 걸까? 다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마음에 맺힌 상처와 먼지처럼 쌓인 앙금이 있다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치유하고 깨끗하게 마음을 쓸어내자. 기다림이 지나가면 새로움이 찾아온다. 새로움을 맞이하는 마음 태도란 치유와 정돈이다. 새롭게 요리한 먹음직한 음식을 씻지 않은 더러운 접시에 담지 않는다.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몸을 깨끗이 씻고 나서 좀 전에 벗었던 더러운 옷을 다시 입지 않는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들어갈 때도 깨끗이 청소하고 수리한 후에 들어간다. 새로운 무언가를 맞이할 때는 언제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의 시간은 이렇듯 새로움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 준비시간이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 상처와 앙금은 깨끗이 치유하고 새로움을 맞이하자.
둘째, 바쁘게 달려온 인생에서 놓친 것, 잊은 것, 잠시 포기했던 것이 있다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다시 한번 붙잡자. 오늘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 마음에 우선순위를 정해둔다. 가장 급하다고 생각하는 일부터 서둘러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날쯤 미뤄둔 것들이 조금씩 쌓인다.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속 깊은 대화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일 수도 있다. 혹은 지친 자기 영혼을 돌보는 일이거나 마음에 평안을 심어놓는 일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을 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매일 놓쳤던 일, 잊었던 일, 포기했던 일들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허무한 마음이 든다면 이런 중요한 일들을 지금 다시 붙들라는 뜻이다.
셋째, 가장 나다운 것, 가장 원하는 것,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자. 기도의 본질은 믿는 마음이다. 믿음이 없으면 그 어떤 기도도 효과가 없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말을 진실로 믿듯, 순수마음으로 간절함을 담아 기도하자. 우리는 모두 타고난 재능이 있고,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재능은 자신이 가장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재능의 다른 말은 꿈이다. 꿈은 믿음과 간절한 기도를 만났을 때 현실 세계를 밝히는 빛이 된다. 기다림의 시간이 왔다는 건 가장 나다운 것, 가장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찾아서 간절히 기도하란 뜻이다. 믿음과 확신을 담은 기도는 현실이 된다.
넷째, 마음에 실망, 화, 분노를 싹트게 하는 부정적 생각을 파내고 그 자리에 긍정의 생각을 심자. 기다림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긍정이 아닌 부정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부정을 먼저 생각한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 빛을 비추는 노력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로 온몸이 꽁꽁 얼었을 때 몸에 열을 내는 노력이다. 마음에 실망과 화, 분노가 싹트면 부정적 생각을 멈추고 긍정적 생각으로 그 자리를 채우는 노력이다. 기다림은 삶이 숙성되는 시간이다. 좋은 생각이 좋은 숙성을 만들고 좋은 삶이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만 긍정적 생각을 품자.
에리히 프롬은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두 종류의 인생관을 소개한다. 첫째, 소유를 중시하는 인생관이다. 자신이 소유한 재산, 명예, 권세, 성공의 정도가 자신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믿는 삶을 말한다. 소유가 중요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자신의 가치도 함께 잃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내 소유’를 늘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유한 것, 이룬 것이 없을 때, 이들의 삶은 불안과 두려움, 초조와 조급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불안과 초조한 삶 속에서 맞이하는 기다림의 시간이란 정체된 시간이고 포기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소유란 이미 중요한 의미가 되고 있다.
『소유냐 존재냐』에서 말하는 두 번째 인생관은 존재를 중시하는 인생관이다.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유는 우리 내면에는 타고난 재능과 소질은 물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내면에 존재한다면 소유나 이룬 것이 없더라도 불안하거나 두려울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내는 대단한 존재가 이미 되어있기 때문이다. 존재를 중시하는 인생관에서 기다림의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이고, 사람과 세상의 의미를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말 그대로 기다림의 시간은 완전한 자아상을 만들어 가는 숙성이 시간이 된다.
우리는 대단한 무엇인가를 이루거나 가져야만 귀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귀한 존재로서 세상에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각자 내면에 자신을 빛내줄 소중한 재능, 즉 꿈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세상이 외치는 꿈을 좇느라 자신이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잊고 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고 자신의 꿈을 발겨나는 시간이다. 꿈을 이룰 수 있게 마음을 가꾸는 시간, 인생을 완성하는 시간이 기다림의 시간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어령 선생님께서 어떤 영상을 통해서 하신 말씀이 있다. “모든 사람은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 천재성이 덮어버립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덮고, 직장에서는 상사가 천재성 덮어요. 남들이 말하는 대로 살지 말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은 오직 한 방향으로 우리를 뛰게 해서 1등부터 꼴등까지 점수를 매긴다. 각자가 1등이 되는 삶이란 세상이 외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뛰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표현하는 삶이 우리가 진정 살아야 할 삶의 방향이다. 기다림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자기 방식으로 살게 하려고 찾아오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