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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11. 2024

동료의 선물

어색한 동거의 마무리

"빛담님, 요거 아이들 주면 좋을 거 같아요~"

"어머, 일본 가서 제 과자도 준비해 준거예요?"

"네...ㅎㅎ 아 그리고 저희 잠시 회의실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지난 2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 A가 이번 주 일본여행을 다녀온 뒤, 오늘 회사에 큰 선물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여담이지만, 우리 과제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해외'를 다녀오면 기념품을 사 와서 동료들에게 전달을 하고, 그렇지 않은 국내 여행일 경우는 그냥 서로 안 챙기는 문화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동료들 선물을 신경 쓰고 싶지 않으면 국내로 여행을 가면 된다. 물론 국내를 가고 싶어 가는 경우는 요새는 많이 없는 듯하다.


 동료 A는 그렇게 출근하여 부서원들에게 기념품을 나누어 준 뒤, 특별히 내게는 박스도 안 깐 꽤 큰 과자 선물을 하나 챙겨주고는, 할 말이 있다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다. 무슨 이야기일까...? 그냥 잡담이나 하자고 서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 사이긴 하다.


 동료 A와는 벌써 3년 동안이나 함께 업무를 수행했었다. 

 내가 먼저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와서 기틀을 다지고 있는 사이, 그는 사내 TF에 잠깐 합류했다가 그곳에서 나온 뒤에, 나와 함께 업무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업무적으로 내가 많은 걸 감당하고 있던 터라, 동료 A의 합류는 나에게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했던 때가 있었다.


 처음에 그가 팀에 합류했을 때, 그에게 일부러 그의 강점인 리딩 및 매니징보다 '직접 개발' 업무를 맡겼던 적이 있다. '남에게 시키기만 해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내 생각을 그에게 주입한 것이었다. 사실 그에게도 딱히 다른 선택권은 없었을 터, 나에게 순순히 맞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나는 그가 개발 업무를 도맡아 해 주기를 바랐었지만, 그건 나만의 기대였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남이 시킨 것,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는 본인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리딩 및 매니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당 업무가 바쁠 때에는 그 부분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었다. 고객은 N명이고, 우리 팀에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숫자는 단 두 명뿐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나 혼자 한다.)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땐 서로가 자기거 먼저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결국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간에서 업무를 잘 조율하고 결정해서 무리 없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딜리버리 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 둘에게 있었던 것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동료 A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 꼭 필요한 부분을 해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이젠 많이 흘렀다. 그 사이 업무적으로 변곡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고객도, 다른 동료들도 A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모두 나에게 물어보는 걸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필자가 업무 할 때 조금 더 많이 들여다보는 부분도 있었고, 결국 내가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 동료 A보다는 조금 더 강했던 듯싶다. 그렇게 점차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A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업무 중간에 끼어들기는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한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나는 점차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또 다른 변곡점도 하나 생겼다.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접할수록, 나는 기술적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Needs가 커져만 가고 있었다. 

 동료 A와는, 이 부분에 있어 타협점을 찾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여담이지만, 동료 A의 강점을 살려주고자, 두 번 정도 나와 Role Change를 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개발만 하면서 역량을 올리고 싶어 그렇게 진행을 했었으나, 결국 A는 나를 넘어서지 못했다. 

 동료들도, 고객들도 결국 나를 찾게 되면서 이러한 시도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었다.


"A님, 이번에 우리 계약이 더 늘어나게 되잖아요, 그 업무 담당자리 한번 가보는 건 어때요?"

"빛담님, 안 그래도.. 그 고민을 저도 하고 있었어요. 저 그곳에 가봐도 좋을까요?"

"네에, 그럼요. 사람은요,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돼요. 제가 볼 때 A님께 딱 맞는 일일 거 같습니다."


 올해 초, 다행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에 규모가 다소 커지면서, A에게도 자신의 영토를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상사에게 추가로 자리가 난 업무 담당자 롤에 A를 천거했다. 그는 매니징역할에 있어 강점이 있기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추천했다. 


 A가 없는 자리는, 우선 나 혼자 처리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된 후, 신기하게도 업무 스트레스가 이전보다 줄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일은 이전보다 더 나에게로 몰려 바쁘고 힘이 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조금 더 강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거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기술적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업무적으로는 서로 각자의 영역을 챙기는 '어색한 동거'를 하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었다.


"이제 o프로님도 빛담님쪽에 합류하셔서 정말 다행이고, 저도 프로님 덕분에 잘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휴, A님이 잘 운영해서 된 거지요. 정말 좋은 기회를 잘 잡으신 거예요"

"네, 2년 전,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잘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네, 빛담님과 제가 업무적으로는 사실상 분리가 되어있으니, 기회를 봐서 서로 남아있는 업무 연관성을 걷어내면 좋을 거 같아요"

"네 그게 맞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어색한 동거'는 이제 곧 끝내기로 둘이 합의를 본 순간이었다. 사실 필자도 어색한 동거를 너무나도 싫어했기에, 어떤 타이밍에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었는데, 역시 A다. 타이밍도 잘 보고, 상대방에게 감사함도 표하면서 잘 다가와서 솔직히 이야기를 해 주니 오히려 기쁜 마음이었다.


 그에게 정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내가 어려울 때 우리 팀에 합류해서 큰 도움이 되어 주었고, 고객 상대를 함에 있어 정말 큰 공을 세웠다. (사실 필자의 현업들이 만만하지가 않다. 너무 다들 잘한다.)

 아울러, 예전부터 느끼는 바이지만, 필자와 일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높은 만큼, 은연중에 혹은 직접적으로 다른 동료들에게도 높은 기대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료라면, 내 기대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높게 책정이 되는 편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팀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A도 아마 그 부분이 사실 말은 안 해도 힘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사심으로 괴롭히거나 상대방이 안되기를 바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필자는, 내 자리를 내어주면서 까지 오래오래 공존을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노력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자연스레 시간이 흘러 업무적인 변곡점 앞에 서게 되었고, 우리는 Graceful 하게 각자의 길을 가는 걸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가 준 과자 선물은 나에겐 의미가 많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안 내 눈치를 보느라 어깨도 많이 못 펴고 일을 했을 것으로 나는 생각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고맙다며 선물을 건네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A가 잘 되기를 바란다. 내 곁을 떠나서 더욱더 성장하고, 나에게 경각심과 자극제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아울러, 우리 둘이 힘들 때에는 지금처럼 서로 물어도 보고,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건설적인 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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