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보다 하염없이 울었네

어느 청년에 대한 생각

by 이 색


연휴 마지막날,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다 하염없이 울었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울 수도 있는 사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울었다.


특별히 슬픈장면이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고, 드라마의 노인 배우가 아빠와 무척이나 닮게 느껴져서 그랬다.


엊그제 같이 사우나에 다녀온 아빠 얼굴이 모니터 속 빼빼마른 노인의 얼굴과 겹쳐서, 그게 한없이 슬퍼보였다.




소박해보이지만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표정, 마른 체구와 얼굴주름, 쓸쓸해보이는 웃음이 우리 아빠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서 눈물이 났다.


드라마 속 노인의 대사처럼, 우리 아빠라는 청년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넓은 어깨에 서류가방을 들고 출퇴근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였으며, 집에 들어올때면 나와 형제들이 듬직한 그를 향해 뛰어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


지금 아빠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연민이다.


나는 아버지가 불쌍하다. 그는 이제 인생을 계획하는 시절은 지났으며, 태생적으로 소박하다.


이번에 새로산 차를 보면서도 자기 수준에 안맞는 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삼십년 넘게 회사를 다니며 고생스럽게 젊은 시절을 다 보냈으면서도 큰 돈을 못벌어놓은 처지 때문에 가끔씩 엄마에게 구박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떨떠름하게 웃는다. 나는 그가 차라리 가부장적이고 화를 내는 스타일이었으면 어땠을까 종종 상상한다.


나름 떵떵거리고 살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내가 보기에 그는 그렇게 불쌍해보일 수가 없다.

그런 그가 생각나서 넷플릭스를 보다 하염없이 울었다.




넷플릭스 속 노인처럼 오락가락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되기 전에, 후회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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