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꿈과 마주 앉아

by 이 색


'김철수가 팔십년대 생이었다고?'


아침부터 아는 이름이 기사에 떠서,

이름을 검색해보고 하루 내내 뒤숭숭 했다.


나보다 몇살은 많은 셈이니 결코 어리다고 하기는 어려운 나이지만, 내가 그를 한참 동경했던 때에,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의 그는 이미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이구나.




김철수는 훌륭한 예술가이고, 사업가다. 좋은 학교를 나와 베스트 셀러를 몇권은 썼다.

무엇보다 걸어온 길과 말, 글이 스무살의 나에게는 크 영감의 원료였다.


스무살의 나는 그를 동경하였으며, 그의 책을 모두 읽었고, 간간히 발간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


좋아하는 저자가 강연에 왔다며 정혜와 강당으로 달려갔던 일, 학교 채플관에 울려퍼졌던 그의 목소리가 귀에 아직도 선하다.


'나도 저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는

저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거야.
적어도 그 언저리에 머무는 정도의 인물은 되어 있을거야.'

고귀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서, 스무살의 나는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열어보며.

어느새 내가 그 나이가 되어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이천 이십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이렇다.


열심히 살았지만 크게 이룬 것은 없다.

돈벌이도 어느정도 하고 있지만 특별히 부유한 형편은 아니다. 대단한 무언가를 세상에 내보낸 경험은 없고, 다음달에 어떻게 돈을 좀 더 벌어볼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특별히 못난 삶도 아니고, 특별히 불행하지도 않다. (아니 사실 요즘은 행복해).


하지만 하루 종일 마음이 뒤숭숭한 것은 왜였을까.


-


기사로 만난 그는 몇 년전에 말했던 것을 여전히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스무살의 나에게 영감을 주었듯, 이 나이의 나에게도 그는 다가가고 싶은 모습으로 여전히 살고 있다.

무엇보다 총명한 눈빛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스무살 때의 멋진 눈빛을 유지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스물 남짓의 친구들에게 꿈과 영감을 줄만한 사람으로 서 있는가.


대답이 No 라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꿈과 마주앉아. 스무살의 소년과 마주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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