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펜팔 친구네 집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이스탄불에서 한 달 내내 지냈던
집 소개를 해 볼까 한다.
이스탄불 외곽 어딘가, 나 같은 동양인 관광객은 한 명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 어느 한 집에
내 펜팔친구와 그녀의 식구들이 살고 있다.
한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다던 그 집은
오래된 느낌이 가득한
빈티지하고 포근한 집이었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튀르키예식 카펫,
예쁜 문양이 새겨진 유리장식이 달린 문,
오래된 달력,
원목 테이블과 레이스 커튼,
주방의 오래된 찻주전자.
집안 곳곳에는 원래 이 집의 주인이었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취향이 묻어있었다.
지금은 그 집에
굴샤와 어머니, 외할머니, 두 명의 사촌들.
이렇게 다섯 명이 살고 있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가족들을 엄청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겐 친척들과 이웃집에 살거나
같이 사는 경우가 아직까지도 흔하다고 한다.
굴샤네 어머니는 거동이 불가능한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굴샤와 세나는 대학생 때 가족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갔단다.
한국으로 치면 인서울을 포기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간 셈이다.
스무 살 때 이후로 집을 떠나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홀로 한 나로서는
가족들을 엄청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본가에서 일주일만 지내도 내 자취방에 가고 싶어 지는데..
나와는 너무 다른 그들의 삶의 방식이
신기하고 궁금했다.
굴샤는 이스탄불 집이 좁고 낡았다며
혹시라도 내가 불편해할까 괜스레 걱정했지만
나는 돈만 있으면 똑같은 집을 사서 입주하고 싶을 만큼
그 집이 너무너무 좋았다.
가족들은 나에게 방 한 개를 내어주고
다른 방에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지냈으며
삼총사는 큰 방에 모여 지냈다.
처음엔 괜히 나를 배려하느라
불편하게 셋이 한 방을 쓰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거기서 지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잘 때를 제외하고는 큰방에서 그들과 함께 지냈다.
나는 굴샤의 침대 위에서, 세나와 베튤은 그들의 침대 위에서
편한 옷을 입고 드러누워
온갖 주제로 끝없이 수다를 떨고, 웃고
배고파지면 거실에 나와 과자파티를 하거나
삼촌 가게에서 들고 온 디저트를 원 없이 먹곤 했다.
이때까지 많은 친구들 집에 가봤지만
이상하게도 굴샤네 집은 내 집처럼 편했다.
여기가 친구네 집인지, 내 집인지 모를 만큼
편하고, 눈치도 안 보이고, 모든 게 너무 익숙해서
언젠가는 베튤에게 이런 말을 듣기까지 했다
"이상하게 네가 튀르키예 사람이랑 결혼해서,
여기서 쭉 같이 지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땐 눈치 빠르고 낯 엄청 가리는 내가
왜 이렇게 이 가족들만은 편하게 여겼을지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뭘 해도 나를 사랑해 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내 모든 모습을 그냥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