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집에서 한 달만 살아도 되겠니?

딱 한번 본, 10년 지기 이스탄불 펜팔친구 집에서 한 달 얹혀살기.

by 가니Gani

퇴사 선언을 하고 수속을 밟는 동시에 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그저 한국을 떠나 어딘가에서 오래 지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해외 한 달 살기가 딱 좋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바로 10년 지기 튀르키예 펜팔친구 굴샤.

(사실 10년도 넘었지만 그냥 편하게 10년 지기라 부르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연락을 해 물었다.

"나 너네 집에서 한 달만 얹혀살아도 되겠니?"


때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2009년,

내가 초등학생 6학년이던 시절, 나는 해외 펜팔에 푹 빠져 있었다.

펜팔은 부모님 세대에 유행하던 취미라 내 또래 중에서는 이 취미를 가진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


남들은 안 하는 특별한 취미를 가졌다는 우쭐함

외국인 친구들에게서 온 영어로 쓰인 편지

우편봉투에 붙어있는 멋진 우표들..

이 모든 것들은 나를 펜팔의 세계로 푹 빠지게 만들었었다.


그때 그 시절 초등학생시절의 나는

느려빠진 똥 컴퓨터로 외국의 모든 펜팔 사이트를 뒤지며 친구들을 만들었었는데,

적어도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메일과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사귄 여러 나라 친구들은 문화도 다르고, 취향도 다 달랐다.

재밌게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해도 유머 코드가 안 맞다던가,

사람의 결이 안 맞다던가 하는 이유로 한두 번 만에 연락이 끊겨버리는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오래가고, 죽이 척척 잘 맞는 친구들이 있었으니..

바로 튀르키예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 그저 재미있는 걸 넘어서 영혼의 결이 잘 맞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굴샤는 내가 맨 처음으로 사귄 튀르키예 펜팔 친구이자,

초등시절부터 직장인 시절까지

편지에서 메일, 모바일 메시지를 넘나들며 인연을 이어간

결이 가장 잘 맞는 베스트 프렌드였다.


우리는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함께 많은 것들을 했다.

편지를 교환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같이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채널을 운영했던 적도 있다.

물론 각자의 나라에서 영상을 촬영해서 나중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그 영상들은 우리들의 흑역사라 오래전에 삭제되었다)


"당연히 가능하지, 당장 비행기표 끊어! 가족들도 다 널 보고 싶어 해"


굴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제안을 승낙했다.


내가 퇴사를 하던 당시 굴샤는 취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는데

그녀의 직업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게다가 그 학교가 이스탄불에 있어서

굴샤는 어머니와 사촌들과 함께 이스탄불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굴샤와 직접 얼굴을 본건 대학생 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한달간의 튀르키예 여행을 갔었고, 일주일정도 굴샤네 가족들과 함께 지냈었다.

일주일간 평생 친가족에게 받아왔던것과 같은 종류의 사랑을 받았어서

그 경험이 굉장히 낯설지만 따듯했었는데

몇 년이 지나 튀르키예 가족들을 또 볼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했다.


친구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전에 받고 온 친절을 이번에는 꼭 돌려줘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와 함께

우리 둘은 한 달 내내 머리를 맞대고 굴샤네 가족에게 줄 선물들을 골랐다.


굴샤, 그녀의 부모님, 조부모님, 언니들, 사촌들, 조카들 선물까지

선물로 꽉꽉 찬 캐리어를 이끌고

나는 튀르키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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