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 창창할 시기에 내가 한국을 떠난 이유.
만으로 스물둘, 촌에 살던 내가 상경하여 한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를 한 나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진정으로 느꼈다.
"인생은 재미없는 감옥과도 같구나"
서울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1인분을 해내려 전전긍긍하던 초짜 신입이었던 나.
퇴근하면 머리가 바닥에 닿자마자 졸음이 쏟아질 만큼
회사는 내 에너지를 쭉쭉 빨아먹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래서 한국을 떠난 건 아니다.
운 좋게도 나는 날 때부터 승부욕이 대단했으며
잘 못하는 건 끝까지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마는 타입이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말출근과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남의 회사지만 내 회사인 것처럼 일을 하니
1년 반쯤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에서 진행 중이던 성과가 부진한 프로젝트,
내게 주어진 30%의 성과향상의 과제.
나는 120%의 성과를 냈고 최연소의 나이로 팀장이 되었다.
내가 손대는 프로젝트마다 좋은 결과들이 팡팡 터졌다.
일이 익숙해지니 연봉도 쑥쑥 오르고, 워라밸도 좋아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취미를 잘 살려 일자리도 구했고
직장 생활 잘하고, 남자친구도 있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은데 왜?
그때의 나는 미래를 그리면 머리끝까지 겁이 났다.
"내 인생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렇게 재미없으면 어쩌지?"
주변에서는 내 연차쯤 하나 둘 이직을 해서 커리어에 집중하는데
커리어고 뭐고, 난 하루하루 느끼는 이 절망적인 감정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퇴근 후 할 수 있는 다양한 것을 해보기로 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기타를 배우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녔다.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도서관에 가고, 티라미수 맛집인 동네 카페도 종종 갔다.
서울엔 놀러 갈 곳도 많았고, 가끔은 고향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 보았지만,
여전히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었다.
잠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다 새벽 4시까지 이르렀다.
"당신, 인생이 만족스러우신가요?"
이런 설문지를 전 국민에게 돌리면 그렇다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에게 당연한 내일이 누군가에겐 100억을 줘도 못 가지는 하루라던데
나는 하루를 그저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으니, 대체 몇만억의 손실인 건지.
이런 생각들을 졸음에 질 때까지 계속했었다.
주변을 봐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순수하고 낭만 있던 친구들은 다들 회사 동료를 저주하기 바빴고
출근길, 퇴근길에 마주하는 어른들은 너무 피곤해 보였다.
잘 사는 게 뭘까요?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게 잘 사는 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무렵 나는 인생이 재미없는 이유를 찾으려 고군분투했고,
끝끝내 제대로 된 원인과 해답을 찾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잘 못하는 건 끝까지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마는 타입이다.
잘 모르겠는 것도 끝까지 노력해서 알아내고야 만다.
"그냥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같은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삶을 잘 사는 법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알아내는 게 좋지 않겠는가.
"더 늦어지기 전에 떠나자!
세상이 이렇게 넓고, 문화도, 사는 방식도 다 다른데
다른 곳에서도 살아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견문을 쌓다 보면 알게 되겠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행복하게 사는 건 어떤 건지,
어떤 삶의 방식이 나랑 잘 맞을지."
잘 사는 법을 찾으러
한국을 떠난 나는
어떤 이들을 만나고 어떤 경험들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