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의 우주, 김나현
내 우주선에 온 걸 환영해. 드디어 너를 초대할 수 있게 되었네.
...
나 혼자 이 우주선에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
네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이 고독한 우주선은 또 제멋대로 떠올랐을 거야.
...
널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날 발견해 줘서 고마워." (77)
오늘 소개들일 책은 '예감의 우주, 김나현'이라는 책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수많은 예감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많은 가능성의 세상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반추하고, 외로워하고, 방황하고, 만약에 이랬다면.. 하는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댑니다. 혹시나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의 상대일까 하는 생각에서 미래를 조금만이라도 알고 싶어 하는 인물도, 자신이 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싶어 하는 인물도, 어릴 적 꿈속에서 본 장면 속의 여자아이를 찾는 인물도 등장하지요. 인물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런 것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어봅니다. '이 사람인가?' '이것인가?' 하지만 모두들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자신의 삶에 드리워진 어떤 예감, 그리고 자신들이 오랜 시간 찾아다녔던 그것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예감'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만의 일이 예감이라고 사용된 것은 아닐까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수많은 가능성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어떤 것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삶의 경험에 따라서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그래서 가끔은 불안함에 휩싸이고, 누군가가 대신해 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나에게 누군가가 와서 알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는 종종 나도 모르겠는 마음에 답답함을 느낄 때면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 끔찍하게도 괴롭고, 외롭지만 그렇게 완성할 단 하나의 이야기라서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점을 말이죠. 동시에 그것은 내가 생각한 것. 내가 의식적으로 계획하고 맞는지 아닌지 생각했던 것에서 오는 경우보다는 어떤 예감에 의해서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을 직감하게 되는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아빠, 아무것도 못 쓰겠어.
남자는 K의 빈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그럴 때는 기다려봐.
남자는 엷은 미소를 띠고 K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
생각이 날 때까지.
그게 언젠데?
그건 모르지.
빨리 생각나면 좋겠어. 다 잊어버리기 전에.
오랫동안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어.
그건, 싫은데......
그래, 그건 싫은데, 어쩌면 계속 기다리게 될 수도 있어.
안 기다리면 안 돼?
안 기다릴 수 있으면 그래도 되겠지.
그럼 안 기다릴래.
그렇게 말해놓고 계속 기다릴 수도 있어.
그냥 아빠가 써줘. 나 대신.
그건 불가능해.
왜?
이건 네 이야기잖아.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어.
남자는 아주 나중에라도 K가 직접 이것을 써야 한다고 했다. 어린 K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만의 일이 있다는 것을. (69-71)
태어난 다는 것이 누구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가진다는 것이라면, 모두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막막함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도 어렴풋하게 짐작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속에서 너무 외로워하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따뜻한 품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침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 또한 누군가의 따스함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독일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한 번도 찾아다니지 않던 무언가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내게 항상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어떤 우연의 순간에 서로는 마침내 우리가 될지로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어둡지 않았어요?
...
어두워도 괜찮았어요.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