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홀리데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으신가요?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입니다.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한 번도 저에게 한 적이 없었던 질문인지라.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질문을 던져보라고 했습니다.
바로 '만약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요.
이 질문도 저를 당황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질문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날이라는 상황과 지금 나의 상황은 다르지 않나?', '지금의 나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져야 하는 내일의 나가 명백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어?'라고 말이죠. 이 질문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가에 대해서 한참 고민했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이 질문에 대해서 무엇이라 답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마지막날이라면'이라는 질문을 하는 것일까요?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생각할 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이라고 생각을 해보라고 하는 것일까요?
오늘 소개할 영화는 "라스트 홀리데이"입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 조지아는 슈퍼마켓 조리도구 코너에서 조리도구 판매를 위해 시식을 준비하는 여직원입니다. 그녀는 회사에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자신과 함께 상사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직장동료도 있고, 일이 끝난 후 돌아갈 가족도 있습니다.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희망찬 여자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의 책'에 살포시 수집할 뿐 아주 소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일을 하던 중 찬장에 머리를 부딪히게 됩니다. 기절을 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MRI를 찍게 되죠. 하지만 해당 MRI의 결과는 그녀에게 앞으로 3주 길어도 4주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절망에 빠진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그녀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아놓은 '가능성의 책'에 적힌 것들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들을 다 내버려 둔 채 말이죠.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자산을 챙겨 들고 평소에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고급호텔로 향하게 됩니다.
왜 평소 삶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던 조지아는 마지막 앞에서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었을까요?
더 이상 책임져야 하는 미래가 사라지기 때문이죠. 더 이상 가족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언젠가 가고 싶은 호텔을 위해서 저금을 할 필요도 없게 됩니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의 순간은 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바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으니 현재에 완전히 충실히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들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현재 삶의 영위와 미래를 대비하는 것에 투자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8시간가량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번 돈은 의식주를 위해 사용을 하고 나머지는 보험, 저금 등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일부분 소비를 합니다. 그리고 남은 돈은 현재의 나를 위해 남겨두기도 하지요. 아마도 지금 돈을 버는 이유, 지금 무언가를 하는 이유의 많은 부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현재의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이겠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한 번쯤 상상하던 것들을 이룬 순간들이 이미 몇 번 있을 것입니다. 크던 작던 말이죠.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상상한 것만큼 아주 행복했었나요? 저는 늘 지금 경험한 것을 언제 또 경험할지 몰라 아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다니느라 행복감 혹은 즐거움보다는 왠지 모를 피곤함과 상상했던 순간과는 다른 괴리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정작 꿈에 그리던 순간에도 미래에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어떤 불확실성, 혹은 지금까지 이것을 위해 내가 살아왔다는 목적을 가지고 현재에 임하기 때문에 충분히, 여유롭게, 내가 상상했던 그 모습으로 누릴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꿈꿨던 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막상 내가 원하던 것을 경험한 후에도 늘 그것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때때로 그 욕망이 해소되기는커녕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욕망의 크기가 더 커지기도, 더 그것에 집착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마음 한 편에 어떤 꿈을 가지고 삽니다. 하지만 그 꿈을 위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많이 할당하다 보면 점점 지금의 내가 흐려지게 됩니다. 또한 상상했던 미래의 순간을 마주한다 해도 우리는 마음껏 누리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미래의 나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치타와 같이 빠르고 짧게 달려서 끝낼 경주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시시각각 우리는 변하고 있고, 지금의 우리가 바라던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의 삶은 우리에게 증명해야 하는 아주 긴 시간입니다. 그 긴 시간을 잘 보내려면 지금의 나를 챙기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이 험난한 세상에서 애쓰면서 살아가는 것은 자기 자신일 테니까요. 내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삶의 무게과 지금의 나를 챙기는 삶의 무게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 균형점은 오늘의 '나'에 따라 매일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삶은 매 순간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몰라요.
"Don't Waste your life waiting for something to happen. Live today."
시한부 판정을 받고 떠나는 조지아가 평소 신중하게 행동하던 모습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남기는 말입니다. 저는 이 문장이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현재의 시간을 미래에 원하는 것만을 위해 사용하지 말고, 내가 꿈꾸는 것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지금을 사용해"라고 말이죠. 제가 학부생 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구글에 입사를 하고 싶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은가?
서울대? 카이스트? 석사 학위를 따는 것?
아니, 일단 실리콘 밸리로 가서 지금 네가 갈 수 있는 회사에 입사에서 하나씩 해보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이 말이 이해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무언가를 품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주 대부분의 경우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을 많이 벌고 나면, 혹은 좋은 학위가 있다면, 혹은 어떤 자격증이 있다면 그때는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셨을까 짐작해 봅니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학위가 있다면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모든 것이 갖춰진 순간은 존재하지 않으니, 일단 그곳으로 가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봐. 그렇게 너의 상상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가봐. 그러면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고,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들이 있을 거야, 점점 더 선명해지는 길을 따라가."
마지막의 순간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영화, 드라마는 셀 수 없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주인공인 조지아가 정말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그곳에서 하나씩 자신이 원했던 것을 찾아가고, 자신의 즐거움을 선택하는 조지아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그것이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완벽한 때는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용기 나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이 있을 뿐이죠.
조금씩 날씨가 따뜻해지고, 조금은 움직이기 편한 계절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스스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의 끝에 다시 봄을 마주하듯 모든 것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문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계속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보이던 그 그림을 눈앞에 두고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들에 여러분들이 생각한 딱 그 중요한 것이 각자의 삶에 깃들여 있길, 그것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하루이길 바라요.
하루하루가 무의미한 것 같아 보여도 여러분들 모두는 꿈꾸는 그곳으로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음에 틀림없어요. 오늘만큼은 아니,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미래를 짊어진 너무 무거운 시간들이 아닌, 조금은 그런 나를 아껴주는 지금을 사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면서 지금의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 보는 것이지요.
따뜻한 차와 함께해도, 좋은 음악과 함께해도, 좋은 사람과 함께 해도, 어디에서든지 너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