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주말이었나요?

인문잡지 한편, 쉼 , 민음사

by 김수현

오늘은 어떤 휴일이었나요?


여러분들은 주말을, 혹은 휴일을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저는 쉬는 날이 조금은 불규칙한 편이라 휴일이 오기전 이것저것 할 것들을 막 계획해보면서 아직 오지도 않은 휴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편입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은 꼭 해야하는지 등 미리 목록을 적으면서 말이죠. 제가 계획한 대로 휴일을 딱 보낼 수 있어서 아주 뿌듯한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계획과는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서 괜히 실망하기도, 짜증이 치밀어오르기도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럴때면 속으로 '내가 얼마만에 쉬는 건데!! 왜 아무도 날 돕지 않는거야!'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죠. 하지만 짜증은 계획된 쉬는 날을 망친 것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은 오늘의 기분을 안좋게 만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상상만으로 힘들게 만듭니다. 그러한 감정은 오늘의 쉼은 더욱더 후회하도록 만들지요. 우리는 왜 '쉼'이라는 것에도 강박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요? 왜 유행하는 컨텐츠도 봐야할 것같고, 새로 개봉한 영화도 한 편 봐야할 것같고, 왠지 나를 위해 운동도 해야할 것같은 기분에 휩싸이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런 것을 하는 행위가 흘러가는 시간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휴일이 지난 후에 다시 쉬었던 시간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쉬는 것마저 내 눈에 보이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그건 당연한 일일수도 있어요. 일을 하다가 아주 힘든 순간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쉬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지금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나의 휴일이 넷플릭스 보기, 등산하기, 친구만나기 등.. 뭔가 구체화 할 수 있는 일로 셀 수 있다며 우리는 실제 내가 느끼는 만족도와는 별개로 아주 뿌듯함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명상하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가만히 기다리기 등은 잘 가시화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에 대해 '아 뭐야, 한 것도 없는데...'하고 후회하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쉬는 날에도 트렌디하고, 자기관리를 하는 일정들로 '쉼'을 가득 채워 휴일을 떠올렸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왜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과연 쉼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를 통해 지금 내가 원하는 쉼은 편안한 상태, 그냥 편안한 것이 아니라 온몸의 긴장을 풀고 느긋이 휴식하는 릴랙스한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5)



여러분들의 쉼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쉬는 날에도 계획한 것들을 해내기 위해서, 계획한 노는 것들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혹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쉬지 못하고 있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이 책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쉼이란 긴장을 풀고, 자신 안에 어떠한 빈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빈공간을 만드는 일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가고 싶은지를 알아차려 주는 것이지요. 아무리 훌륭한 전시, 구하기 힘든 공연 티켓, 멋진 자연경관이라고 해도, 지금의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해야하는 일, 즉 의무로 다가올 뿐이니까요. 그리고 사람은 아주 민감한 동물이기에 이틀 전에 가고 싶었던 곳이 오늘은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나의 욕구는 늘 변화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 때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서 나의 의무를 줄이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쉼이 아닐까 정리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렇다면 '일'과 '쉼'이란 무엇일까요?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잘 쉬기도 하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맛있는 것먹고 좋은 곳에 갔는데도 쉬지 못한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좋은 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늘 머리 한 쪽에서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어떤 때에는 아주 잘 쉰 것같기도, 어떤 때에는 전혀 쉬지 않은 것같기도 합니다. 차이는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요?



내 안에서는 뭔가가 늘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멈추지는 못해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압박, 내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어떤 시간과 공간을 가진 다면 그곳에서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나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많이 벌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4-65)



'쉼'의 포인트는 어떤 의무나, 압박이 없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해야하는 것이 없는 상태. 어떠한 인풋이 없는 빈 상태. 일에 대한 생각이 항상 머리속에서 동작중이지만, 그것이 지금 해야하는 것은 아님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것이지요. 저는 그래서 꼭 속으로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지금은 쉬기로 한 날이야.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면 메모를 해두지만, 굳이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해야하는 것은 없어.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나의 계획이야'라고 말이죠. 우리는 쉬는 것마저 투두 리스트를 통해서 눈으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함으로서 잘 쉬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휴식의 질을 내가 실제로 한 일의 양으로 측정하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가 일을 하고, 어떤 일을 해내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쉼이라고 하는 것은 완벽한 무의 상태에서, 어떠한 의무나 압박이 없는 상태를 유지함으로서 내 안에 떠오르는 것. 혹은 내가 원하는 것으로 채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언제 채우는 것이, 비우는 것이 이루어 져야 하나요? 혹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요? 라고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쉼이란 빼곡한 일상에 공간을 불어넣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은 공간일 뿐 그곳을 채우는 내용은 저마다 다르다. 공간의 역할은 빈 공간을 만드는 것 그 자체다. 그곳에 무엇이 들어찰지는 사람마다, 또 때에 따라 다를 것이며 그편이 자연스럽다. (31)



모든 것은 자신이 원하는 때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쉬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는 때에 비우고, 내가 채우고 싶다고 말하는 때에, 바로 그것을 채우면됩니다. 휴식의 주기도, 휴식 시간의 길이도 그 날의 나와 그 때의 상황에 따라서 늘 다르겠지요. 완벽한 쉼은 아마도 끝끝내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완벽한 쉼이 오기까지 우리는 몇 번의 찝찝함을, 불편함을 견뎌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 끝에 마주한 나를 잘 돌볼 수 있는 '나'는 불안한 미래를 앞에 둔 '나'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keyword
이전 05화변해가는 관계를 마주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