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 기분 좋은 간질거림의 설렘만 존재할 뿐이니까
엄마는 잠시 당신 곁을 떠나는 딸을 위해 밥을 짓는다. 무쇠로 만든 솥 안의 쌀과 잡곡의 구수하고 달달한 냄새, 이에 질세라 뽀얀 국물을 일렁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닭곰탕까지. 온 집안이 달큰해졌다. 감칠맛 도는 이 향내음. 맛을 보지 않아도 그 맛이 상상되는 엄마의 음식. 지금껏 내가 탄탄하게 발을 딛고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그 힘. 엄마, 그리고 엄마의 손맛.
매번 자유를 찾는다며 도망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던 나에게, 그녀는 한결같은 솜씨로 이 세상 최고의 음식을 내어주셨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커다란 냄비 속 김치찌개가 아른거렸고, 겉바속촉의 통통한 계란말이와 감칠맛의 대명사 곱창돌김의 삼박자 상차림을 기대하며 엄마집으로 한달음에 달려오곤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는 솜씨를 발휘하신다. 빠르고 절도 있는 손놀림 속에 그녀의 속 마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해를 거듭할수록 작아지는 뒷모습은 요리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제보다 1Cm 줄어든 것 같아 보이지만, 감사히 먹고 든든해진 마음으로 기쁘게 떠나자며 다짐한다. 지금은 이 기분 좋은 간질거림의 설렘만 존재할 뿐이니까.
"매일매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지평선을 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어요.
새로운 환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싸워야 하는 유일한 대상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완고함이에요."
[인투 더 와일드] - 크리스 멕켄들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