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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Nov 13. 2024

엄마, 천사가 왜 이래?

―파울 클레, <새로운 천사>

엄마, 천사가 왜 이래? 

하얀 날개도 없고 예쁘지도 않아.   

  

천사는 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람들의 소원을 신에게 전하는 심부름꾼이야.     


태일이 오빠는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소녀들이 기계처럼 일하다 병드는 게 슬펐어. 배고프지 않게 먹고, 아프면 치료받고, 주말에는 집에서 쉴 수 있기를 바랐어. 하지만 돈 많은 공장 주인도 나랏일 하는 높은 사람도 오빠와 소녀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지. 그래서 사람들의 소원이 신에게 전달되게 자기 몸에 불을 붙여 하늘까지 활활 타올랐어.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 엄마는, 태일이 오빠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배가 고프다.”였다는 걸 나중에 듣고, 파울 클레 아저씨가 그린 천사가 떠올랐어.     


이소선 할머니는 태일이 오빠의 엄마야.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이뤄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았지. 그래서 “내 몸이 가루가 되어도 네가 원하는 거 끝까지 할 거다!"라고 맹세했어. 할머니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돈 많은 공장 주인과 나랏일 하는 높은 사람에게 태일이 오빠의 뜻을 알리고 또 알렸어. 얼마나 태일이 오빠가 보고 싶었을까? 엄마는, 태일이 오빠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가루가 될 것처럼 우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파울 클레 아저씨가 그린 천사가 떠올랐어.     


나는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주말에 엄마, 아빠랑 놀 수도 있는데….

엄마, 천사들 덕분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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