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의 연애를 거쳐오면서 내 마음속에 자연스레 생긴 것은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의 목록이다.
아니, 그들이 가진 특성이 내 수첩 한쪽에 기록되어 남는다.
앞으로 연애 생각이 없더라도, 어떤 사람과 엮이게 될 때
나는 절대 회피형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연애 성향에는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공포-회피형이 있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맞지 않는 유형은 단연 회피형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나는 갈등이 생기면 말로 풀어야 하는 사람이다.
꿍하게 있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안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피형은 다르다.
자신의 감정이나 스트레스 요인에 솔직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뒤에 숨어버린다.
그 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선택일 뿐이다.
결국 피하고 피하다가 쌓인 것이 한꺼번에 터져버린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그것도 매우.
회피로 인해 마음을 졸이는 연인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리고 그 회피의 대가는 상대방이 홀로 짊어지게 된다.
회피형인 X와 함께할 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메말라 있었다.
사소한 다툼이 있어도 대화로 화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X의 대답은 똑같았다.
“나중에 얘기하자.”
그 말은 정말로 피가 마르게 하는 경험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가장 먼 사람이 되어버린 X.
그 관계로 인해 나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다짐한다.
나는 다시는 회피형을 곁에 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 감정을 지켜주는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이
나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