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의 상황이 사업부장님까지 보고가 됐어.”
“장기 휴직이나 희망퇴직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뛰었다.
이제 회사에서 더 이상 나를 잡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나도 내 상태가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공황이 재발했을 때 나를 대신해 줄 사람이 없고,
회사는 그 상황이 오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조직 관리의 관점에서는 그게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만 생각한다면 회사는 내가 공황장애를 앓게 된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더 이상 나를 갉아먹지 않기 위해서
조직에서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좀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며칠을 생각했다.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안정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는 복잡했고 마음은 점점 텅 비어갔다.
며칠 후, 회사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팀장이 다시 나를 불렀다.
“네가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됐어. 생각해 보고 말을 해줬으면 해.”
결국엔 내가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팀장의 말투에는 어떤 미련도 없었다.
그제야 마음이 정해졌다.
“희망퇴직에 응하겠습니다.”
연차를 내고 며칠 쉬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다.
“왜 너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서... 내가 대신 아플 수 있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라서 미안하다.”
희망퇴직을 이야기하던 중, 그리고 이번 공황 재발을 지켜보면서
어머니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게 되셨다.
그리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슬퍼서 눈물을 흘리신 것이다.
신기한 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후
공황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약의 용량을 더 늘리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자 했다.
나도 놀라웠다.
그동안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그 녀석’은
어쩌면 내 몸과 뇌가 보낸 마지막 SOS가 아니었을까.
회사에서 내가 저평가받았던 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퇴사를 앞두고 사무실에서는 공기처럼 지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저 이 현실을 받아들이며 내 삶의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아무도 나를 채근하지 않는다.
그게 이렇게 편안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