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정신 건강 의학과를 내원하면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약 처방을 찾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겪고 있는 중이다. 계속 변경되는 처방의 목적은 내가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감정을 제대로 느끼면서 부작용의 최소화 방안을 찾는 것일 것이다. 현재 내가 느끼는 약의 부작용은 감정의 둔화이다. 감정의 둔화는 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감정의 골에 빠지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기쁨이나 즐거움도 느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의견이기 때문에 신빙성은 없을 수 있는 점은 참고를 부탁드린다. 감정의 둔화는 어찌 보면 삶을 상당히 심심하고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아직 나아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나중에 찾아올 행복을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내가 극심한 고통을 극복하고 살아가려고 하는 이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약 처방의 부작용으로 감정이 둔화된 지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이러하다.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냈고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큰 문제없이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일에 있어서도 스트레스 없이 본인의 일을 하는 것으로 우리가 제대로 잘 살고 있고 행복의 조건에 부합한다는 의미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나의 경우 복직을 한 후 마음가짐이 상당히 달라졌다. 그 마음가짐이란 간단하다.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지 않으며, 내 일은 제대로 처리하는 것.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해당 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가를 확인하면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퇴근을 해서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클립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것이 내가 현재 실천하고 지속하고자 하는 작은 행복이다. 이렇게 작은 행동들을 실천하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활력을 주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루틴 말이다.
나의 루틴은 이러하다. 평일에는 아침 다섯 시 반에 기상을 한다.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그런 아침이 아닌, 여유를 즐기는 아침을 맞이한다. 그렇게 출근을 해서 위에서 말한 대로 회사 업무를 완수하고 퇴근을 해서는 소소하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본다. 그리고 주말이 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아파트 단지의 주말 아침 풍경을 만끽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풍경이지만, 그 풍경이 주는 상쾌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샤워를 한 다음 헬스장에 가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루틴은 내 삶을 스스로 끝내지 않고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런 루틴을 유지하면서 나도 그다음을 기대하는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행복을 만들어가면서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생을 스스로 마감할 뻔한 지난가을의 부정적인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행복에 반응을 함으로써 이 터널의 끝에 다가올 행복을 진심으로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