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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hee Feb 23. 2024

프롤로그: 트윙키

얼마 전 이방인이라는 버라이어티 쇼가 방연 된 적이 있다.

태어난 나라를 떠나 낯선 나라에 새로운 터전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시청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기억한다.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자체도 흥미로운데

거기에 삶의 무대 자체가 이방으로 설정되고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명하고 재력도 갖춘 사람들이라 삼박자가 맞아떨어졌으니

많은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것 같다.


이제 어언 이민 30년에 접어드는 나도 그 프로그램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찾아보게 되었다.

삼 남매와 함께 소소한 삶을 보여주는 추선수가정을 보면서는 얼굴에 웃음을 띠게 되고

낯선 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서민정 씨 가정을 보면서는 같이 공감하고 눈물도 흘리게 된다.


덕분에 28년 전 미국에 첫발을 내디디고 그 이후 경험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생각난다.

이 프로그램은 이방인이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 이민자를 부르는 호칭은 참 다양하다.


트윙키.. 겉은 노란데 속은 하얀 케이크의 이름이 트윙키(twinkies)이다. 그래서 황색피부의 동양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피부는 노란데 생각이나 말은 미국적이니까.. 들으면 기분이 별로라고 둘째가 그런다.


fob.. fresh off the boat의 줄임말이다. 오래전에 나온 말일 것이다.  배 타고 이민오던 시기의.. 배에서 금방 내린 이라는 뜻으로 아마 조금은 촌스럽다는 뉘앙스가 깔려있을 듯하다.


그런데 정작 공식적으로 부르는 말은 alien이다. 외계인이란 뜻으로 처음 배운 단어라 처음 들었을 때 뜨악했었다.


암튼 공식적이진 않아도 가장 보편적으로 이민자를 부르는 말은 자기 출신나라의 형용사를 앞에 붙여 쓰는 것이다.


Korean- American 코리안 아메리칸( 한국인)

African -American  아프리칸 아메리칸( 흑인)

이런 식으로.


어떻게 불리던 그리 호의적인 명칭들은 아닌 듯하다.


씨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그때를 기억한다.

공기 냄새조차도 달랐던 낯선 곳

이방 나라 미국.


퍼즐 한 조각을 남의 자리에 억지로 꾸겨 넣었기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불편함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이방인의 삶.

그 이방에로의 첫걸음은 환대받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나 스스로  위로와 격려의 마음 담아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싶다.


거슬러 올라가 코리안 아메리칸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살아온 여로를 추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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