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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hee Sep 14. 2024

"이민 1세대의 영어 생존기: 아임 파인, 땡큐!"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학생들 가르친 세월이 10년
도합 20년의 영어와의 동거였음에도
그 긴 세월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말들이
날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영어국에서의 하루하루는 스트레스가 빈틈없이 들어찬 날들이었다.

그 중에 제일 꼽는 게 뭐였냐고 누가 묻는다면?
단연코
Paper or plastic?
이었다.

마켓에 가면 어김없이 묻는 질문.

종이백에 담아 줄까? 비닐봉지에 담아 줄까?

38 평생을 비닐봉지라고 말하면서 살아왔는데
플라스틱? 이라니.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양념통, 플라스틱 바구니, 플라스틱 장난감 밖에는 모르는데.

암튼
가까스로 비닐봉지를 플라스틱 백이라고 하는구나..알게되었다.
물론 아직도 나는 비닐봉지라고 말하고 살고있지만

마켓에 가면 이제는 당당하게  페이퍼! 를 말하며 살게 되었고!

두번째가 for here or to go?  이다.
패스트 푸드 점, 맥도날드나 버거킹에 가면
절대적으로 꼭 알아야하는 말이다.

여기서 먹을 거냐 아니면 가지고 갈거냐?

하..이걸 알아듣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첨엔 눈알을 굴리며 황당하게 쳐다보니
 Oh!  here! 이라고 점원 스스로가 정하고 판떼기에다가 가져와 주었던 것 같다.

자존감?
자존심?
그 딴거는 이미 땅바닥에..아니 저 땅 속 깊이 들어가 버리고
그저 알아듣기만 해도 좋겠다 여기며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살았다.

미국에 와서 영어에 관련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미 많이 알려진 유명한 에피소드인,
누군가 사슴이 뛰어들어 자동차에 부딪혀서 경찰이  달려왔는데
Are you okay?
하는 물음에
I'm fine, thank you! And you? 했다거나

무슨 일이냐? 경찰이 묻는데
사슴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루돌프가 히트 했다고..
경찰이 처음엔 뜨악하더니 웃으며
아하! 했다는 이야기는
교민사회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터득하느라 저지르는 실수들로
집에 가서 이불킥을 해야했고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할 유일한 통풍구는
졸다가 들어도 다 들리는 한국말을 듣는 일이다.
사람 만나 수다를 떨면서 혹은
한인마켓에서 비디오를 빌려와서
그리움을 달래고 아픔을 잠시 잊으며 지내던 이민의 지난 날들이 이제는 웃음지으며 돌아보는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덕에
손 안의 컴퓨터로 드라마를 보고 뉴스를 듣고 사는 요즘에 이 이야기는 라떼가 되었지만...

이젠 거의 완벽하게 번역해 주는 papago 도 있고 챗지피티 라는 인공지능이 있어서
이러한 경험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거라서
어쩌면 이민1세대들의 고유한 경험으로 박제될 가능성이 높을듯해서
그 경험치를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기쁨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기쁨이 내일의 아픔이 되기도 하는 새옹지마의 행진이니
은근 기대도 되는 이유가 되고
또 살아갈 힘이 됨을 배운다.

그래서
사고가 나서 괜찮냐 묻는 경찰에게
한국인이면 누구나 달달달 외웠던 그 문장
아임 파인 땡큐! 앤유? 를 말했던 그 분에게 감사를 보낸다!^^
나만이 홀로 이불킥하고 가는 날들이 아니구나 위로를 주셨고
또한 이민의 고단한 날 속에 박장대소의 웃음을 웃게 해 주셨으니!

그 분은 알까?
이렇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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