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조금 양상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교민들의 주 비즈니스 중의 하나는 뷰티 써플라이이다.
뷰티 써플라이는 가발이나 그에 필요한 화학약품, 도구등을 파는 곳이다.
흑인들의 머리는 직모로 자라지 않고 꼬불거리며 자라기 때문에 두피를 뚫고 들어가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가 꼬불거려 두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전에 꼬아 땋아 주기도 하고
머리를 붙여서 길게 연장하기도 하고 혹은 가발들을 써서 평소에 갖지 못하는 머리 모양을 내는 게 그들의 헤어 스타일이다.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뷰티 써플라이에 와서 머리와 관련 제품들을 사는 게 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라니 흑인들의 머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어릴 때 동네엔 가끔 머리카락 잘라서 팔라는 장사들이 오곤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살림이 어려웠던 집들은 머리를 잘라 팔고 생계를 유지했다는 이야기도 들으며 자랐는데 그렇게 사간 머리로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여 전후 어려운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는 우리나라의 수출 역사도 있었다.
아마도 미국이 가발 최대 수입국이 아닐까 한다.
암튼
그런 가발 판매 사업은 초창기 한인 이민사에서 아주 중요한 기여를 했고 교민들은 그를 기반으로 재력을 쌓았던 시간이었다.
유학 초기
같은 교회 다니던 집사님들은 대개가 뷰티 써플라이 나 세탁소를 하는 분들이었고 우리 같은 유학생들은 생활비나 학비에 보탬이 되기에 가끔 집사님들의 뷰티 써플라이에서 캐쉬잡(cash job: 세금보고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일하기도 했다.
보통 부활절이나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특히나 대목이어서 집사님께서 가끔 며칠만 도와달라고 요청들을 하셔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정말 끝도 없이 와서 가발이나 붙임머리들을 찾고 관련 제품들을 사가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주인 집사님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한번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땋고 연장을 하면 한 달 이상 그 머리를 그대로 하고 다니게 되는데 머리를 감을 수가 없으니 머리에다가 화학 약품 처리를 한다고 한다.
감을 수가 없으니 머리냄새나지 않게 약을 뿌리고 또 벌레 생기지 않게 약품처리도 해야 하고..
그 말을 들으면서 그러면 안 되겠지만
직모로 태어나서 머리에 돈 들이붓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동양인으로 태어난 것도 감사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암튼 예전에 그들의 머리카락 상태를 알지 못했을 땐 왜 저렇게 하고 다니지? 하며 의아해하고 그들 곁을 지나면 나던 이상한 냄새에 인상을 찌뿌렸는데..
알고 나니 그랬던 것이 내심 미안했고 한층 이해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각 인종들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미용실 하는 집사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금발이라고 멋지게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머리털도 약간 매끄럽지 않고 동물털 같다고 한다.
서로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여 까만 머리를 금발로 하거나 곱슬머리를 스트레이트로 펌 하거나 하는 걸 보면서
인간세상이 늘 갈등과 경쟁으로 가득 찬 이유를 밝히 보게 된다.
어쩌면 제한된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아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비슷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질 텐데.. 하는 깨달음도 갖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흑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교민들이지만 간혹 그들을 업수이여겨서 폭동이 일어날 때면 한인 스토어들이 타겟이 될 때가 많다. 물론 한인들이 부지런하여 열심히 일하여 부를 일구지만 흑인들은 자신들 땜에 돈을 벌어 잘 사는 한인들이 꼴 사나워 보이다가 기회를 잡아 그렇게 폭력시위하는 중에 증오를 폭발하는 거라 대처 불능이기도 하다. 그거야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흑인이라서 비하하는 태도는 버려야 하는 건 마땅하다.
한인 뷰티 써플라이 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꽤나 많은 걸로 안다. 이민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음을 여기저기서 목격한다.
어제는 친구가 경영하는 뷰티 써플라이를 잠시 방문했는데 흑인 손님들에게 정말 친절하게 친구처럼 대하는 걸 보았다. 그렇게 지내지만 언제나 경계를 늦추면 안 되는 게 또한 사실이다.
shop lifting 하는 사람을 따라가서 잡으려다 총 맞은 경우도 많이 일어나니까.
물론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마음을 저들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충돌도 한쪽만의 과실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예전에 riot가 일어났을 때 평소에 정말 친절하고 웃는 얼굴로 대했던 가게는 조용히 지나갔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다. 꼭 그 공식이 들어맞지는 않는다 해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사는 건 중요하다.
암튼
대형 몰이 늘어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뷰티 업계도 많이 축소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한인교민들이 하는 주 업종은 뷰티 써플라이이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곳이 미국이다.
그 안에서 살려면 서로를 용납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손가락에 꼽을 만큼의 아르바이트였지만 이 뷰티 써플라이를 통해 그런 지식을 쌓게 되었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
물론 소수민족으로 살아가야 하니 우리 쪽에서 노력해 봤자 큰 이득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의 상황을 알게 되면 눈빛에서부터, 작은 몸짓에서부터 달라지고 상대방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장사를 해보지 않아서 어쩌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라!
그저
날마다 늘어나는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고 한인업주들이 잘 공존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