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뭔가 댓가를 치뤄야 손에 쥐게 되는 것이고
타국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여정에서도 그런 룰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다를 바 없지만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가면 차이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진다.
가족들이 거하는 곳이 집이고 그 안에는 방이, 부엌이, 화장실이 있는거야 공통이지만
집의 모양이 다르고 집의 소유형태가 다르고, 세금방식도 다르고 한 것처럼
모든 것이 다르다.
그 하나하나를 터득하는데는 댓가가 필요했다. 물론 댓가의 가장 기본은 시간이다.
그건 자국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어른이 되어가면서도 당연한 일이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건 없지만 언어가 다른 나라에선 그 양은 내 나라에서보다 두세배는 더 품이 들어야했다.
그 다음이 돈이고..그리고 에너지다. 온갖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한다.
병원을 가보지 않고 미국 의료체계를 이해하는건 불가하다. 아무리 들어도 고개가 갸우뚱해질 뿐 이었다.
병원은 될 수 있으면 안 가는게 좋겠다가 결론이었다.
그러나 그게 쉬운일인가?
첫째 아이가 고1이 되던 해
그 일이 벌어졌다.
추수감사절 밤이었다.
친구부부의 초대로 아이들과 추수감사절 만찬에 가서 식사를 하고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고 아이들은 지하실에서 놀고있었다.
그 집 첫째와 동갑이라 잘 놀았는데 그날따라 그 집 첫째가 다른 친구집에 가고 없어서 첫째는 놀 친구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혼자서 축구공을 차고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려서 달려갔더니 바닥에 쓰러져서 꼼짝을 하지 못하고
울면서 공에 미끄러져서 다리를 삐끗했다고 했다.
계속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다행이 정형외과 닥터가 그 자리에 있어 아이 다리를 보더니 다리가 부러진 거 같다고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 다음은 정신도 없었고 지금 떠오르는 건
수술후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첫째 이야기로는 수술후 너무 아파서 계속 강한 진통제를 투여받아 정신이 몽롱했었다고 한다.
암튼 봉숭아 뼈가 바스라져서 발 뒤꿈치에 큰 못으로 지지대를 박고 발목 양쪽으로 7개의 자잘한 못을 박았다는 사실이다.
퇴원을 하고 한달을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한달간 집에서 회복하느라 녀석도 나도 고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매일 비닐 봉지를 씌우고 샤워를 하게하고
아이는 점점더 아기가 되어가고...
클러치를 집고 움직일 수 있게 되어서야 재활을 시작하고 학교를 다시 갈 수 있었는데 오래 전 일이라 이제는 모든게 가물거린다.
그런 와중에 미국의 병원.의료체계등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입원, 수술, 퇴원까지는 비용 청구가 1불도 없다가 퇴원하고 한두달이 지나면서 부터 청구서가 집으로 날라왔다. 어쩌면 그리도 세부적으로 날라오는지..우스개 소리로 붕대값까지 따로 청구서가 올 정도다.
물론 다행한 건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되긴했지만 커버되고도 내야하는 금액이 상당해서 할부로 낸다는 서약을 해야만 했다. 한달에 50불씩 몇년에 걸쳐 낸다고.
미국은 한국처럼 국가보험이 아니라 사보험 체계라 각 개인이 어떤 보험을 사느냐에 따라 그 혜택이 천차만별이다. 많이 커버하려면 보험료를 많이 내야하는 건 기본이고 그 안에 수많은 조항, 새로운 용어들이 정말 머리가 터질 지경으로 복잡하다.
이제는 새로 오시는 분들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만큼 많이 알지만..이렇게 알게 되는 순간까지 병원..실제로는 보험회사..에 갖다 바친 돈은 다 셀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가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데 우리를 초대했던 친구가 찾아와서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치료비라고..
아니 왜? 안그래도 니네 집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 미안한데 무슨 병원비까지..아니라고 했더니
꼭 받아야한다고, 의무라고 한다.
미국은 수(sue, 고소) 의 나라다.
수많은 일들로 크고 작은 고소들을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누군가의 포로퍼티(PROPERTY, 소유) 안에서 사고가 나면 그 포로퍼티 주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아니 주인이 다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예를 들어 집앞에 눈이 왔는데 치우지 않아서 우체부가 왔다가 미끄러져서 다치면 집주인 탓..ㅋ 참 말도 안되는 일인데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집이나 건물들은 그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고 있고 그런 사고가 나면 그 보험에 클레임을 해서 비용을 감당한다고 하며
자기 집에서 아이가 놀다가 다쳤으니 병원비를 보험회사에 청구해야 하는데 그러면 다음에 보험료가 너무 올라가니까 청구하지 않고 직접 주는 거라고 했다.
아니 아이 부주의로 다친건데..암튼 그런 법이 있다는 것도 웃긴데 그럴때 커버하려고 든 보험인데 청구하고 나면 보험료가 올라가서 쓰지도 못하고..이게 무슨 개뼉다구 풀 뜯어 먹는 소리인지..
암튼..지 그렇다. 이게 바로 그 문화 차이라는거다.
도대체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또 이들에게도 우리나라의 어떤 부분들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고..
쉽게 문화장벽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 실체는 이토록 상상이상이다.
그 두꺼운 문화장벽을 뚫고 살아가야하는 이민의 삶은 고단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거두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매일의 삶이 exiting! 하고 dynamic 하다고 할까?
평범하지 않고
무슨 롤러 코스트를 탄거 같은 날들이었다.
이제서야 돌이보며 웃음짓고
그 많은 고개들을 넘어 온 것을 기특하게 여기지만
그 순간들은...흠...
참 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