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공부하세요
스스로 생각해도 내 스스로가 너무 못나고 부끄러워서 이불 퀵 해보신 분?
얼마 전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바로 가족모임 크리스마스에 어머님댁에서 일어났다.
결혼 준비에 한창인 도련님이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이제는 곧 나의 동서가 될 사람이었다. 나는 예비동서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어머님댁에 오는 자리가 얼마나 불편할지... 미리 한 번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예비동서에게 '언니 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 엄청난 실망감과 한탄, 못남, 부끄러움으로 자기 전까지 이불퀵을 멈출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우리는 먼저 어머님댁에 도착했고, 도련님이 연이어 도착했다. 두 손 가득 선물 상자를 쥐고선.
나는 예비 동서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내가 생각할 때 어딘지 묘하게 나의 친절함은 100%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 오늘은 예비 동서를 위한 자리라고 분명 생각해 놓고서.
나도 몰래 에비동서랑 아버님이랑 잘 지내는 모습을 흘끗흘끗 보게 되었고, 아버님이 예비 동서에게 "많이 먹어라~"라고 이야기할 때 내 마음속에는 '왜 나한텐 많이 먹어라 말씀 안 해주시지?', '내가 처음 인사드리러 왔을 때도 저렇게 상냥하게 말씀하셨던가?' 라며 남몰래 질투심을 느꼈다. 그러다가, '아차.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생각 중이지?' 하며 정신 차리곤 했는데 그것 자체가 나에게 엄청난 혼란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어머님이 상 한번 닦아라고 했을 때, 나는 내가 동서자리까지 닦아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조심히 행주만 건넬 뿐. "그쪽 닦아요."
솔직히 명색이 내가 형님인데 지가 먹은 자리까지 닦아주긴 싫었다.
왜 나는 그토록 치졸하며 옹졸하게 굴었을까.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썩 좋지 않다. 아니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하기로 약속한 사람이지 않았던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옛날처럼 미워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던가?
이건 시스템 1이 관여하는 인간 본능에 대한 부분이라 아무리 내가 그러지 않기로 마음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거지. 공부해서 잘 알잖아. 그럼에도 나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었다.
나... 대접받고 싶나? 무시당하기 싫나?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나?
나는 내가 왜 그랬을까를 한참 동안 생각했고, 그 기저에는 내가 어머님. 아버님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깔려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이거 쿨하게 인정하자. 그런데도 계속해서 느껴지는 이 찝찝함은 뭐지? 사랑받고 싶으면 그리고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나왔던 나의 비속한? 행동들은 인간 본능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럭저럭 이해해 줄 만했다. 다시는 그러지 말자. 하고 스스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물론 따뜻하지는 않지만, 내가 남을 해치거나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계속 찝찝함을 느꼈을까. 나는 이 사건을 계속 생각했고, 결국 답을 찾았다.
나는 내가 어떠한 식이든 사람들과 '갈팡질팡'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명확하지 않은 걸 엄청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특히 불확실한 상황보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상황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었다.
이제껏 딸, 며느리, 아내, 친구, 동생, 누나, 언니, 주임 등등 내게 주어진 역할에 때로는 버거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예비동서라는 정말 생소한 단어 앞에서, 그리고 형님이라는 나의 역할 앞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형님과 예비동서 사이는 남보다 멀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몇 명은 동서가 아들을 낳으면... 재산은 다 그쪽으로 간다는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걸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와 예비동서 사이의 벽이 생겨버린 것이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넘겨 들었지만 세네 번 계속해서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그런 장면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래서 주변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거래처 사람이었음....)
그리고 자기성찰 후, 지금은 스스로 답을 내렸다.
'막내동생처럼 잘해주기'
'내가 더 잘 챙겨주기'
'힘들고 어려운 건 내가 하기'
이렇게 또 반성하고, 인간이 되어가는 법을 배웁니다... 2024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