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제자, 나를 빚는 시간

3화. 나는 흙의 제자다

by 흙 위의 질문러

내가 그토록 작업을 두려워하면서도 여전히 흙을 만지는 이유는, 어쩌면 흙에게 계속 배우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흙을 만진 지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배운 것보다, 아직도 배우고 있는 감각이 더 많다.

배울 것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나는 흙에게 단순한 기술만을 배우지 않았다.

나는 흙에게 시간을 배우고, 기다림을 배우고, 흔들림과 흐름을, 관계와 감정을 배웠다.

흙은 늘 말이 없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거짓으로 대답한 적이 없다.


흙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어떻게 만졌는지, 어떤 감정으로 눌렀는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어디에서 흔들렸는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나는 그 흙 앞에 설 때마다, 마치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는 기분이 든다.

어떤 때는 무서울 만큼 날카롭게 나를 비추고, 어떤 때는 따스하게 나에게 질문을 건넨다.

나는 그 질문들 앞에서, 말이 아닌 손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대답하려 애쓴다.

무당이 신의 제자가 되어 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듯,

나는 흙의 인간 제자로서, 흙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한다.


그것은 단지 ‘나’를 알리는 일이 아니다.

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고, 감정을 전하고, 기억을 담고, 관계를 잇는 일이다.

흙은 그림처럼 빠르게 표현할 수 없고, 음악처럼 즉흥적일 수 없고, 글처럼 논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흙은 가장 느린 방식으로, 가장 깊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그래서 나는 흙을 사랑하면서도, 가끔은 두려워한다.

흙 앞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는 척할 수는 있어도, 결국 나 스스로 흙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기술보다 진심이 더 중요했고, 완성보다 흐름이 더 의미 있었으며, 멋진 작품보다 흙에 담긴 마음 하나가 더 소중했다.


나는 아직도 흙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아마, 계속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흙으로 소통하는 예술가다.

그 말 안에는 나의 작업, 태도, 그리고 시간이 담겨 있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도 조용한 다짐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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