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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열 May 08. 2024

내로남불

 국어와 영어와 한자어까지 합성하여 마치 사자성어처럼 사용하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자기가 한 일은 합리화하고 남이 한 일은 불합리로 몰아버리는 내로남불이 그것이다.     


 결국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고 주장하며 내 이익만을 탐하는 것인데, 이런 이상하고 불편한 일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정치판이다. 누구보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만 하는 위정자들이 활동하는 곳이 정치판인데, 웃기게도, 뻔뻔하게도, 답답하게도 내로남불이 넘쳐난다.     


 여당이 어떤 일을 하면 야당이 비난하고, 야당이 무얼 하면 여당이 비난한다. 웃기게도 상대방을 비난하는 그 일을 자기들도 했다는 거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상대방을 비난한다. 낯이 뜨거울 것 같은데 태연하게 해치운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비난만 중요할 뿐. 그래서 뉴스를 보면 답답하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되풀이될 내로남불의 위대함 쯔∼. 그런데     


 정치인들만 그럴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너도, 나도, 그들도, 우리도 무의식 중에 내로남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축구 국가대항전을 한다. 상대팀 선수가 반칙한다. 더티 플레이라고 흥분하거나 심한 경우 욕까지 한다. 이번엔 우리나라가 위기를 맞는다. 막고 있는 수비수만 뚫리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된다. 이때 우리 선수가 깊은 태클로 반칙하며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낸다. 좋은 수비, 잘한 파울이라고 칭찬한다. 축구만 그럴까? 국가대항전만 그럴까? 그럴 리가 없다. 어떤 시합이건 내가 응원하는 팀과 상대방 팀을 대하는 게 확연히 다르다. 이거 내로남불 아닌가?     


 직장이건 또는 다른 어떤 조직이건 꼭 이런 사람이 있다. 공은 자기가 차지하려고 하고, 일은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고 하는 사람. 그런데 이런 사람이 다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면 가장 격렬하게 비난을 퍼부어댄다. 웃기는 짬뽕이다. 아니, 웃기는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이 넘실거리는 곳이 있다. 차량이 넘실거리는 도로다. 중요한 약속인데 시간이 빠듯하다. 1차선과 2차선을 넘나들며 달린다. 바쁘니 이해해 주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남의 차가 그렇게 하면 이해보다는 이런 신발 끈이나, 이런 게시판이다.

 빠져나가는 우측 차선이 막혀있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런데, 어라! 좌측의 직진 차선으로 가던 차가 슬그머니 우측 차선으로 머리를 디민다. 저런 얌체가 없다. 또 이런 신발 끈인데, 가만! 나는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을까?     


 이외에도 내로남불의 경우는 많다. 내가 약속 시간에 늦은 건 바빠서이고, 남이 늦은 건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거고, 내가 한 거짓말은 선의이고, 남이 한 거짓말은 악의적인 데다가 습관적이고, 내가 하는 잔소리는 관심과 배려인데, 남이 하는 건 간섭이고 잔소리일 뿐이고…… 사람은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이다.   

   

 어찌 보면 내로남불은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하다. 나만 옳다는, 나의 이익만 탐하는 내로남불 때문에 개인 간, 기업 간, 나라 간 싸움과 경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음에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순적인 숙명. 그러나 이 모순이 인간을 살게 하고 발전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각자가 자기의 이익을 좇는 행위를 하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질서를 유지시킨다는 것.     


 오늘도 여기서, 저기서, 이 시간에, 저 시간에 내로남불은 되풀이되고 있고 절대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인간은 때때로 영리할 때도 있어 환경오염의 문제, 부의 불평등 문제 등의 불합리한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내로남불의 문제도 어디선가는, 누군가는 지적하고 있고 자정 하고자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희망이라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어쨌건 오늘도 가정은, 직장은, 나라는, 세상은 내로남불과 더불어 돌아가고 있다. 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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