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기, 그 마지막
눈을 뜬다. 피곤하다.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으니…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길을 나선다. 누가 일을 이렇게 시켰으면? 당연히 대들었겠지.
용머리 해안에 도착한다. 어제 “입장이 안 됩니다.”라고 말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약간 신기하다.
주상절리 해안이다. 당연히 멋있을 수밖에 없고. 온통 사진 찍을 만한 곳이어서 손놀림이 부산하다. 바다와, 바위와, 바람을 한껏 즐기곤 용머리를 떠난다. 왜 용머리 해안인지는 모르는 채, ‘용머리를 닮았겠지’라는 생각을 안고.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전동 바이크 타는 곳이다. ‘바이크? 오토바이? 그걸 또 왜?’ 그런 기분이었을까? 타지 말자는 사모들의 의견이 있었으나…
그냥 탄다. 간 큰 남자들이다.
헬멧을 쓰고 -이거 자주 쓰는 것 같은데- 전동바이크 한대에 부부가 탑승한다. 운전을 해보니 예전에 많이 탔던 오토바이의 전기차 버전이다.
오토바이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옛날 기억의 한 소절.
고등학생인 내가 오토바이로 심부름을 간다. 헬멧을 착용해야 하나 갑갑해서 하지 않는다. 머리를 스치는 바람의 감촉, 뭐 그런 게 좋기도 했다. 그러다 단속 경찰에게 걸린다. 파출소 의자에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게 한다. 그러고는 기어코 어린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빼앗듯이 상납받고야 조심해서 집에 가란다. 신발끈!
그때 그 경찰은 잘 살고 있으려나? 잘 살겠지. 돈을 그렇게 밝혔는데 부자가 되었겠지 배 터질 만큼.
많기도 너무 많은 바람을 맞으며 신창마을 도로를 달린다. 5분쯤 지나니 손에 익는다. 한번 달려볼까, 이런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돌려도 속도는 거기 까지다.
마을 해안가로 향한다. 거대한 풍력발전기 프로펠러가 쉬익 쉬익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그 풍경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이 정도 바람이면 풍력발전도 경제성이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그 따위 생각을 하는 진 모르겠다만.
바닷물 위에 설치해놓은 다리 위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은 변함없이 생생 불고, 풍차는 변함없이 쉬익 쉬익 돌고, 바다는 여전히 맑고 푸르다.
잘 왔다. 이곳. 신창 풍차 해안도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는 길의 양쪽 편 모두가 선인장을 키우는 밭이다. 계획대로 라면 선인장 마을을 들러야 하나 차에서 보는 걸로 대신하잔다. 지극히 올바른 처사인 듯하다. 그렇게 올바른 처사를 하며 도착한 곶자왈.
고요함과, 그 고요함에 스며드는 이름 모를 새소리와, 깊은 숲의 음습함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풍만한 제주의 숲이다. 인위적인 길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웠을 그런.
차분한 숲길을 걸어 도착한 전망대에서 제주의 오름 들과, 멀리 보이는 한라산까지 눈에 담고 돌아 나온다.
차 한 잔 하고 가잔다. 시간이 남아서인가 싶은데 아니란다. 복 많은 대표님이 돈을 주웠단다. 이기 머선 129.
비행기는 어김없이 ‘붕’하고 떠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하며 날아오른다. 그리곤 또 기억이 없다. 눈을 뜨니 김해공항이다.
집에 도착하여 깨톡에 인사말을 남긴다. ‘좋은 분들과의 여행 즐거웠습니다.’류의 뻔한. 깨톡 깨톡 남자들의 인사말이 남겨진다. 비슷하다. 그런데 사모들의 인사말은 심하게 성의 있다. 특히 막내 사모.
언니들 한 명 한 명을 언급하며 예쁘단다. 스스로 예쁘다고 하기 민망하여 본인은 뺏을 테니 대신한다. ‘타고 난 밝음으로 여행 내내 활력과 생기를 담당하신 막내 사모도 참 예뻐요’
이러면 뭐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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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한마디. 근데 이왕 하는 거 ‘남자들도 참 멋져요’ 이런 거 해주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