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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열 Nov 15. 2024

가족사진(6) - 엄마

 생각보다 어렵다. 고른다는 게. 그 게 그거 같으니. 아들이 잘 나오면 내가 눈을 감고 있고, 딸이 잘 나오면 또 내가 눈을 감고 있고, 남편이 잘 나오면… 이건 고려하지 말자. 어찌어찌 모두 잘 나온 걸 찾았다 싶으면 손녀들이 몸부림치고 있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으라고 했던가? 그렇게 차선을 골랐다. 디지털 세상이 좋긴 좋은 거다. 이렇게 저렇게 살짝 뽀샾(?)을 하니 그럴듯한 가족사진이 탄생한다. 흠! 괜찮다.  

    

 언젠가 이웃집에서 거실 한 편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가족사진을 본 적이 있다. 남자는 정장을 여자는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때 잠깐 우리도 한번 찍어볼까?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걸 입 밖으로 내었던가? 여행 일정에 포함된 걸 보면.      


 사진 속의 나는 다행히 눈을 뜨고 있다. 이상하게도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눈을 감게 되니….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뭐, 뺨에는 약간의 귀여움이 남은 듯도 하다. 풋! 잘 살아온 걸까? 잘 살아왔겠지. 그러니 이렇게 일가를 이룬 것 아니겠나.     


 왼쪽엔 며느리가 손녀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예쁘다. 애들 돌보느라 제대로 챙겨 입지도 제대로 화장하지도 않았는데도. 젊어서 그런가? 아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쁜 아이였다.

 딸처럼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내지 진 않는 것 같다. 잘못된 건가? 놉.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이니. 바꿔서 생각해 보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불쑥 찾아오고 아무 때나 전화하고 불러내고 했으면 좋았을까? 노노. 그러니 사이좋은 고부간이 되자.      


 며느리 곁에는 아들이 서 있다. 이제는 내 곁이 아닌, 그리고 어느새 아빠가 되어 버린 아들.

 착한 아들이다. 내게만 전화를 하는 것 같아 퇴직한 아버지가 쓸쓸한 것 같으니 아버지에게 전화하라고 했더니 남편에게 열심히 전화해 주는, 집에 오면 아버지와 뭐라 뭐라 얘기하는, ‘엄마’하고 불러줄 때 딸보다 더 싹싹한 그런 아들. 

 그런 아들이 짠해 보인다. 회사 일에 치이고 퇴근해서도 육아에 힘든 것 같으니 말이다. 하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하긴 한다지만…. ‘아들은 엄마의 영원한 애인이다.’라는 말이 맞는가 보다.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남편이 웃고 있다. 최근 들어 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인 듯한 남편. 그렇게 말 잘 듣던 사람이 늙어갈수록 마음대로 하려 든다. 총량의 법칙이 맞는 건가? 젊어 애를 먹이던 남자들이 늙어선 여자 말을 잘 따른다더니만, 내 남편은 젊었을 때 말을 잘 들었으니…. 그렇게 위안하자. 그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니.

 깔끔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세월이라는 바람이 쓸어 가버리고 이젠 그냥 할아버지다. 그래도 깔끔한 성격만은 아직도 남아 있어 정돈과 청소는 잘한다. 다행이다. 세월이 깔끔함은 쓸어가지 않아서.     


 딸내미의 옅은 미소가 보기 좋다. 쟤는 왜 저렇게 말랐을꼬? 야무진 아이였다. 음식을 떠먹이려거나 신발을 신기려 하면 ‘내가, 내가’를 외치며 스스로 하려던 아이. 기숙학교로 진학하여 일찍, 너무 일찍 집을 떠난 버린 아이. 무난한 대학에 무난한 직장에 무난한 결혼을 한 아이. 

 커리어우먼의 길을 잘 걷고 있는 듯하다. 집안일도 잘할 테고. 바람이 있다면 조금만 더 정이 있었으면 인데, 제 아빠를 닮아서… 되려나?     


 딸내미 곁엔 딸내미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뽀얀 사위의 얼굴이다. 남자 친구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딸내미가 얘기한 얼굴은 ‘못생겼어’였다. 그런데 우리 딸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저렇게 잘 생겼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결혼식장에 온 친구들, 사진으로 본 친구들도 다들 사위가 잘생겼다고 했다. 그럼, 누구 사위인데.

 무던한 사위이다. 처음엔 무던함이 지나쳐 무심해 보이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진국 스타일 뭐 그런 느낌의. 딸과 같이 여행도 즐기고 운동도 즐기면서 재미있게 사는 것 같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잘 살겠지.     


 이 사진은 집 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가장 눈길이 자주 가는 곳에 걸리겠지. 그리고 오며 가며 슬몃슬몃 보겠지. 누군가 방문하면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얘기를 이러쿵저러쿵하겠지.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번 더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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