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2. 벤처 아닌 벤처, 기회를 보답으로 4

4부. 우선순위, 전략은 결과로 말한다.

by Coo Lee

신생 법인의 존폐를 건

첫 번째 운명의 산은

가까스로 기한 안에 넘었다.

하지만

앞길은 여전히 험하고 불투명했다.


예산과 사람은 제한적이었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다.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서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판단이었다.


그 순간, 그는 선택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할지의 문제였다.


그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신제품 인허가,

그리고 가장 부진했던 사업 영역인 신사업 개발이었다.


의료기기 수입 품목 허가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식약처의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며,

한 제품을 허가받기 위해 요구되는

서류의 양과 절차는

줄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시간을 사려면,

사람밖에 없었다.


인허가 책임자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시했다.

팀원 한 명을 충원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으로 가져가는 방식.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허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허가 팀은 두 사람이 되었고,

외부 파트너의 지원이 시작되자

업무의 흐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사이

그는 또 하나의 선택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존 대리점들이 장악하고 있던

병원 시장을 무리하게 중복 공략하기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시간과 비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길.

수의학과 산업용 내시경 시장이었다.


병원 시장의 그림자와 같은 영역이어서

총판·대리점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간단한 인허가를 통해

빠르게 시장성과 구조를 검증할 수 있었다.


그는 그곳부터 움직였다.

가장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에서부터였다.


전국을 오가며

각 영역에서 가능성 있는 파트너들을

직접 만났다.

본사의 추천을 참고했고,

국내에서 평판이 검증된 대리점들을 찾아

하나씩 얼굴을 맞댔다.


의지와 자금, 조직이 보이는 대리점과는

곧바로 계약을 체결하고

교육을 시작했다.


초도 물량 이후

몇 개월이 지나자

새로운 고객과 주문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작은 매출이었지만,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그 사이

병원에 납품할 수 있는 제품들의

인허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다시

병원 사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존 대리점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잘하는 영역과

비어 있는 영역이

점점 또렷해졌다.


대부분의 대리점은

외과의 복강경 수술을 중심으로,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 내시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었다.


반면

정형외과, 마취과, 응급의학과는

여전히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영역이었다.


그는 그 틈을 선택했다.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직접 만나고,

함께 병원을 돌며

그들이 현장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지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계약 이후에는

본사의 지원을 받아

체계적인 교육으로 지원하면서,

유통 구조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그는

제품 인허가에 필요한 긴 시간을

그저 기다리며 보내지 않았다.

사업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차근차근 완성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해,

매출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업과 마케팅 인력을 보강했고,

서비스를 담당할 전문 인력도 채웠다.

신제품은 꾸준히 추가됐고,

대리점들은 교육을 통해

점점 단단해졌다.


그렇게 그는

2년 가까운 준비 끝에

4년 동안 쉼 없이 달렸다.


사업 규모는

약 네 배로 성장했고,

둘이 시작한 팀은

30여 명의 조직이 되었다.

열 개 남짓하던 대리점은

어느새 두 배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내어주고,

아무 조건 없이

믿고 맡겨 주었던

그 고마운 은인께

그제야

비로소 보답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오늘도

그분은 하늘에서

그분의 발자취가 된

한국 자회사를 내려다보며

조용한 미소를 짓고 계시기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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