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히치하이킹 4. 방향이 다른 동승

방향이 다른 동승

by Coo Lee

학원 사업 인수에 실패한 뒤에야,

동기는 그의 판단과 제안이 옳았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도움을 청해 왔다.


어떤 사업이든 좋으니,

함께 고르고 함께 경영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인수 실패와 함께 수백억 원을 잃고 상심한 동기를

그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둘은 함께 새로운 인수 대상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하나의 기회를 발견했다.


30년을 버텨 온 국내 자전거 회사.

두 차례의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나이 든 창업자는 세 번째 유동성 위기 앞에 서 있었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로서,

그들의 제안은 창업자의 필요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회계·재무 실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100억 원 안팎의 자금으로 지분의 절대 다수를 인수하는 조건이

두 달도 채 안 돼 정리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나이 어린 동기에게

수없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회사를 어디까지 키우고 싶은가.


대만과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들처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꿈에

정말로 동의하는지.


그때마다 동기의 대답은 늘 같았다.

같이 가보자는 말이었다.


경영이 시작되자 역할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그는 전략과 영업, 마케팅을 맡았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과 아이템을

찾는 데 집중했다.


빠르게 시장을 이해하고 빠르게 결정한 덕분에,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R&D 투자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하나의 기술을 발견했다.


기존 사업의 재무 구조와 그 기술을 결합하면,

제3의 투자를 유치해 R&D와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고,

그는 그 그림이 회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절대 지분을 가진 동기는 그 전략에 반대했고,

자신의 친구 한 명을 경영에 참여시키며

사사건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마침내 동기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신에게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도 자신도 없다고 했다.


그저 묵혀 둔 자산을 놀리지 않고 적당히 운영하며,

‘대표’라는 명함을 갖고 소일거리 삼아

경영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나눴던 꿈은 그를 붙잡기 위해

들어준 이야기였을 뿐,

마음속으로 동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같은 회사를 보고 있었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은

처음부터 전혀 달랐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꿈은 미라지처럼 허공에서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사라졌다.


그는 결국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반년쯤 지난 뒤,

동기는 그 자전거 회사를 다른 기업에 매각했다.


다행히도 그 동기는

그동안의 성장 덕분에

30%가 넘는 수익률을 남겼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는 사업에 뛰어들지 못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배웠다.


공동 경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금 구조도, 지분 비율도 아니었다.


같은 말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꿈을 꾸는 사람과

함께 같은 회사를 경영하는 일이었다.


비전이 다른 동업은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결별로 끝난다.


그 결말만큼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배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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